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위그노’(Huguenots)라는 이름은 낯설다. 그러나 위그노가 종교개혁자 장 칼뱅의 신학을 따르는 16세기에서 18세기 프랑스 개신교인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장로교가 지배적인 한국교회와 위그노는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그노들이 주기철, 손양원 목사와 같은 끔찍한 박해를 겪었던 사람들이라면 그 거리는 더 좁혀진다.
‘위그노에게 배우는 10가지 교훈’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프랑스 파리선한장로교회 성원용 목사가 지난 25년간 현지에 살면서 추적한 위그노의 삶과 신앙을 다룬다. 책은 위그노가 누구이며 그들의 역사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소개한다. 또 이를 통해 다양한 교훈을 뽑아내 오늘의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의 삶에 적용한다.
위그노 역사는 바시학살(1562)과 위그노전쟁(1562~1598), 성바톨로매 대학살 사건(1572)을 겪으면서 종교전쟁의 소용돌이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 앙리 4세에 의한 낭트칙령(1598)으로 잠시 자유를 누린다. 그러나 1685년 앙리 4세의 손자 루이 14세가 낭트칙령을 폐지하면서 87년간의 자유를 마감하고 이후 102년간의 잔혹한 박해를 겪는다.
이 기간에 위그노들은 예배 처소가 파괴되거나 불탔고 외국으로 도피하지 못한 목사와 설교가들은 잡혀 죽거나 노예가 되어 평생 배 밑창에서 노를 젓다가 죽어갔다. 나머지 위그노들은 강제 개종을 당하거나 개종을 거부할 경우 감옥에 갇히거나 죽임을 당했다. 파리 에펠탑이 세워진 곳이 순교한 위그노를 묻었던 곳이라는 설명은 충격적이다.
위그노의 상징적 인물인 마리 뒤랑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저항하면서 38년간 감옥에서 살았다. 그녀는 프랑스 남부 콩스탕스 감옥 속에서 저항하라는 뜻의 ‘레지스테’라는 글자를 새겨놓고 생활했다. 저항정신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속에 흐른다. 탈출한 이들은 유럽 각지로 흩어지면서 산업혁명(영국)과 무역업(네덜란드), 정밀 시계산업(스위스) 등을 일으켰다. 조지 워싱턴과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 7명의 미국 대통령은 위그노의 후손이다.
위그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 중 망치와 모루처럼 그들의 삶과 신앙을 잘 나타내는 것도 없다. 망치와 모루 사이에 놓였다는 것은 피할 수 없이 고통스럽고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아무리 망치로 두들기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성도의 인내를 담고 있다. 저자가 정리한 10가지 교훈은 코로나19로 약해진 예배의식과 신앙을 향해서도 날카로운 예언자적 외침을 울린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