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락채널 복원을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이끌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으로선 임기 내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이끌어낼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그런 만큼 청와대는 우선 남북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과 정상 간 핫라인 복원을 시작으로 고위급 회담을 거쳐 남북 정상회담, 나아가 남·북·미·중 대화까지 주도한다는 구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신선 복원은 출발선이다. 최종 목표는 비핵화가 아니겠느냐”라며 “합의가 가능한 징검다리를 놓아가겠다. 남북 정상회담도 하나의 징검다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우선 남북 화상시스템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남북 실무자 간 대면 접촉이 어렵다.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간 의제를 전화로 협상할 순 없다”며 “남북 화상채널 구축이 첫 과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통일부 산하 남북회담본부에 영상회의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북측과 실제로 화상 연결을 하려면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
동시에 핫라인(청와대-북한 국무위원회 직통 통신선) 복원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4월 20일 개통된 핫라인은 지난해 6월 이후 끊겨 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 간 직통 전화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해 핫라인 재개통을 서두르고 있다. 핫라인과 화상채널 모두 국가정보원-북한 통일전선부 채널을 통해 조율될 전망이다.
실무협상 여건이 갖춰지면 남북은 일단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분야 협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선 낮은 단계의 현안 논의를 시작으로 남북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 유해공동발굴 재개, 남북연락사무소 복원 등이 거론된다. 코로나19 방역 협력 가능성도 있다. 박 수석은 “남북 간에 코로나19 문제가 가장 현안인 것은 틀림없다”며 “모든 걸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은 임기 중 적절한 시점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남북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청와대는 “논의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일단 남북 정상이 직접 나서 대화 재개의 틀은 만든 만큼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소통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성과를 내기 위해선 한반도 주변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청와대는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미·중 정상이 만나 비핵화 협상을 하는 플랜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등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뒤 궁극적으로는 4자 정상이 모여 종전선언 또는 항구적인 평화협정 체결 등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단계까지 가려면 김 위원장 설득은 물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심도 있는 논의가 불가피하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선(先)철회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 역시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미국 역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이행조치가 담보되지 않는 대화에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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