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를 고기에 싸 먹을 판”… 폭염·코로나·인력난에 가격 급등

입력 2021-07-29 00:05
폭염이 지속되면서 일부 채소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금치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약 90% 넘게 상승한 것을 포함해 상추, 깻잎 등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의 진열대에 있는 시금치 등 채소들. 뉴시스

28일 서울 송파구 한 대형 슈퍼마켓. 장을 보던 신모(42)씨는 채소 코너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시금치 한 단에 6980원. 두 자녀가 방학을 맞아 하루 세끼를 집에서 차리고 있는 신씨는 김밥과 삼겹살 구이 재료를 사러 왔다고 했다. 신씨는 “배달음식이나 가공식품을 덜 먹이려고 하는데 식재료값이 너무 비싸다”며 “채소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채소값이 치솟고 있다. 특히 시금치, 상추, 깻잎 등 폭염에 취약한 잎채소류는 날씨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8일 기준 시금치 4㎏ 도매가는 3만6040원으로 한 달 전보다 85%가량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배 높은 가격이다. 소매가는 ㎏당 최고 1만7750원, 평균 1만2841원에 이른다.


상추도 최근 1주일 동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청상추 4㎏당 도매가는 28일 기준 2만9620원이었다. 지난 1주일 동안 4만원대(4만1320~4만2580원)였다가 이날 28%가량 가격이 급락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외식 수요가 줄면서 상추 가격이 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깻잎과 상추 등은 지난 1~2주간 폭염 탓에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면서도 “외식업계 수요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 수요가 줄면서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채소 물가는 날씨와 코로나19 영향을 동시에 받고 있다. 하우스 재배 작물인 시금치, 상추, 깻잎은 폭염이 수확을 망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생육이 저하되고, 잎이 얇아지고, 채소 끝이 타거나 짓무르는 현상이 심해져 수확이 줄어든다.

한 대형마트 채소MD는 “폭염 영향으로 산지 시세가 시금치는 전년 대비 100%, 상추는 50%, 깻잎은 5%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수확이 좋은 고랭지 배추는 수확 초기만 해도 평년보다 40%가량 낮은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가격이 점차 오르는 추세다. 거리두기 격상으로 식당 영업이 위축되고 시장 소비량은 감소한 반면 집밥 증가로 김치 수요는 늘고 있다. 산지에서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부터 수요 증가에 따른 시세 급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수확 인력 부족도 채소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잎을 하나하나 따는 잎채소류는 더운 날씨에 작업하기가 힘들어 생산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줄면서 산지에서는 인력난을 겪고 있다. 수확에 동원되는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이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산지와 직접 거래를 하고 대량 구매가 가능한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물가의 최종 방어선 역할을 한다. 이번 주까지만 해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다”면서도 “가격 인상 반영을 늦추려고 노력하겠지만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