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결혼·이혼·탈북민 특공까지… 아파트 불법분양 88건 적발

입력 2021-07-29 04:04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이한결 기자

경찰이 부동산 투기 비리뿐만 아니라 청약 통장 매매·청약자격 조작 등 4대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을 예고한 가운데 경쟁률이 낮은 북한이탈주민 특별공급제도를 노려 대상자의 청약 통장을 사들이는 등 아파트 88채를 분양받아 수익을 챙긴 청약 브로커 일당이 붙잡혔다. 일당 중에는 4명의 자녀를 둔 상황에서 주택 청약을 위해 위장 이혼과 결혼을 반복하며 5차례 ‘분양 쇼핑’을 벌인 여성도 포함돼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현금 등 대가를 주고 청약 통장, 금융인증서를 넘겨받은 뒤 아파트 88채를 부정한 방법으로 분양받은 혐의(주택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로 브로커 A씨(63)를 구속하는 등 일당 5명을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모집책인 주범 A씨는 지난 5월 구속돼 지난달 초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이들 브로커에게 통장을 넘긴 99명도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부정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은 전국에 걸쳐 88건에 달한다.

브로커들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접근해 가점에 따라 300만∼1억원의 대가를 주고 청약 통장을 사들였다. 이들은 전국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며 범행 대상을 물색해 통장과 금융인증서를 넘겨받았다. 분양권 당첨 후에는 즉시 전매에 나섰다. 청약 통장을 건넨 이들이 당첨 후 변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양도자 명의의 허위 차용증이나 약속어음을 작성해 ‘공증’을 받기도 했다. 또 북한이탈주민 기관추천 특별공급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다는 점을 악용해 탈북민의 청약 통장으로 4건의 분양권을 따내기도 했다.

특히 브로커 중 1명인 30대 여성 B씨는 자녀 4명을 둔 무주택자로 위장 이혼과 결혼을 반복하며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을 받았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상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은 세대원이 당첨되면 다시 신청할 수 없지만 B씨는 이혼을 통해 무주택 신분을 유지했다. B씨는 위장 결혼 후 배우자 명의로 청약하고, 분양을 받은 후엔 이혼하는 수법을 4차례 반복해 본인 명의 1채를 포함해 모두 5채를 분양받았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6월 공직자 직무 관련 투기행위 집중신고 기간에 접수된 65건의 신고 중 투기 의심 사례 21건에 대해 정부합동수사본부와 검찰 등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이날 밝혔다. 의심 사례 중엔 현역 국회의원 4명이 포함돼 있었고, 이 중 일부에 대해선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돼 수사 의뢰가 이뤄졌다. 권익위는 이번에 접수된 사안을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 포함시켜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권익위는 당초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의 조사 결과를 이달 말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이날 조사 기간을 연장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대상 전수조사에서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민주당 소속 의원 6명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박장군 김영선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