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내 평균 시급이 12년여만에 최대폭으로 올랐지만 더 가파른 물가상승에 되레 실질적으로는 2% 가까이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CNBC방송은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를 인용해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증가한 30.40달러로 집계됐다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임금 상승으로 근로자에게 좋은 일이지만 물가를 감안하면 얘기가 다르다. 인플레이션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같은 기간 5.4% 상승하며 200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이 임금상승률을 압도해버린 것이다.
지난 16일 미 노동통계국은 올해 6월 기준 비농업 민간 분야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실질소득이 1년 사이 1.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0.3% 늘면서 주당 평균 실질소득은 1.4% 줄었다.
CNBC는 “사람들이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비용을 고려한 ‘실질 임금’이 지난달 평균적으로 전년 대비 거의 2%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 생활 필수품들(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 부문 부사장 윌리엄 포스터는 “인플레이션은 세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세율’(물가상승률)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며 “각자 얼마나 버는지, 주로 뭘 사는지 등에 따라 임금을 떼이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포스터는 “가스나 식품처럼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품목에 평균적으로 많은 돈을 지출하는 저소득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며 “주식이나 주택 같은 자산을 더 보유한 부유층은 인플레이션 영향을 더 잘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팬데믹 충격으로 인한 기저효과를 반영하는 만큼 과도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NBC는 “팬데믹 초기에 소비자물가는 하락했다”며 “지금 가격을 1년 전 낮은 가격과 비교하면 당연히 인플레이션 수치가 높게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가 단기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가격 인상을 발표한 회사의 전체 목록을 가지고 있다”며 “회사들은 추가 가격 인상을 할 것이고 계속 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