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락한다”… 대책은 없이 엄포만 놓는 정부

입력 2021-07-29 04:07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4개 부처 수장이 28일 ‘부동산 관련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주택 매수 자제 등을 당부했다. 그러나 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셋값을 동시에 올려놓은 정부가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않고 되레 국민 탓으로 일관해 무책임하다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홍 부총리는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각각 18.2%, 9.0%(KB국민은행 기준) 떨어졌던 사실을 부각하며 “주택 가격 조정 가능성이 단순 직관이 아니라 과거 경험과 관련 지표가 보여준 바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다 향후 시장 상황 등을 보고 진중히 결정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과 관련해 홍 부총리는 “시장 수급과 동개로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가 형성되는 등 지나친 심리 요인이 작동했다”며 “(국민이) 과도한 수익 기대심리를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유지의 비극’(공유자원의 이용을 개인 자율에 맡길 경우 이기심으로 자원이 황폐화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선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부가 가격 상승을 불러온 부동산정책에 대한 반성 없이 국민 탓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집을 굳이 사지 않고 전세로 살려는 사람도 많은데 정부 정책 실패로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매수세가 몰리니까 집값도 급등한 것”이라며 “임대차법 등 정책에 대한 반성 없는 담화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꼬집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분양주택 실거주 의무 등의 투기 방지를 내세운 정부 규제들도 매물 출회를 막아 가격을 더 뛰게 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외환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 역할인데, 경제 수장이 외부 충격 여파로 주택 가격이 하락한 것을 예시로 드는 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담화에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 관계부처 수장도 배석했다. 그러나 상황을 타개할 만한 새로운 대책은 없었다. 기껏 나온 게 이날 접수를 시작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공공택지에서 민간택지 등으로 확대하고, 2·4 대책 당시 발표했던 신규택지 개발 공급물량 24만 가구 중 남은 13만 가구 공급계획과 주민 반발 등으로 지연된 정부과천청사 대체부지, 태릉 골프장 개발 계획을 다음 달 안에 확정·발표한다는 계획 정도다.

정부 관계자는 “4월 재보궐선거 이후 정부가 과거처럼 강력한 규제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어 정책적 의지라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이번 담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