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오페라의 유령’ … 시선 잡는 첫 흑인 여주인공

입력 2021-07-29 04:05
지난 27일 런던에서 재개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 ‘오페라의 유령’은 이번에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으로 흑인 여배우 루시 세인트루이스를 캐스팅했다.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지’ 런던 웨스트엔드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27일(현지시간) 돌아왔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공연이 중단된 지 1년 6개월 만으로 거리두기 제한 없이 객석을 100% 채웠다. 1986년 초연 이후 34년간 전용극장이었던 허 마제스티 극장에서 재개된 ‘오페라의 유령’은 처음으로 흑인 여주인공을 내세웠다.

극 중 팬텀과 라울 백작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가수 크리스틴을 연기한 배우는 루시 세인트루이스. 2012년 웨스트엔드에서 데뷔한 세인트루이스는 2015년 흑인이 설립한 미국 최초의 음반회사를 다룬 뮤지컬 ‘모타운’의 웨스트엔드 초연 당시 다이애나 로스 역으로 호평받았다. 이후 2019년 영국 국립오페라의 ‘라만차의 사나이’에서 안토니아 역으로 출연하는 등 여러 작품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다가 지난 4월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역으로 캐스팅되며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최근 영미 공연계에서 피부 색깔, 즉 인종이나 민족 등과 상관없이 캐스팅하는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이 증가하고 있지만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작품인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에 흑인 배우가 출연한 것은 현지에서도 큰 화제다. 앞서 201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필리핀계 미국인 알리 에월트가 크리스틴 역으로 출연하며 유색인종으로는 첫 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흑인은 영미권 통틀어 세인트루이스가 처음이다.

세인트루이스는 개막 공연을 앞두고 가디언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마침내 이 자리에 서서 다른 유색 인종 여배우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된 것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