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한국 떠나 세계로… 사상 첫 노골드

입력 2021-07-28 04:05
태권도 국가대표 이다빈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에게 7대 10으로 패한 뒤 엄지를 치켜올리며 상대를 축하하고 있다. 지바=김지훈 기자

종주국 한국의 태권도가 도쿄올림픽을 ‘노골드’로 완주했다. 2000년 호주 시드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올림픽 태권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하나도 수확하지 못한 건 처음이다. 태권도의 세계 평준화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국은 종주국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한국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초과급에서 이다빈(25)의 은메달, 남자 80㎏ 초과급에서 인교돈(29)의 동메달을 각각 추가했다.

이다빈은 결승에 진출해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와 대결했지만 7대 10으로 져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이날 준결승에서 경기 종료를 1초 남기고 회심의 발차기를 휘둘러 세계 랭킹 1위 비앙카 워크던(영국)를 쓰러뜨리고 역전승했던 기적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한국 태권도는 지난 24일 남자 58㎏ 이하급에서 3위를 차지한 장준(21)을 포함,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차지한 채 도쿄올림픽을 마무리했다. 한국 태권도의 올림픽 출전 사상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앞선 5차례 올림픽에선 22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보유량이지만, 추격자들과 격차를 더 벌리지 못했다.

한국 태권도 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년 넘게 실전을 소화하지 못한 선수들의 기량 하락에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세계태권도연맹 주관의 국제대회는 2019년 12월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이 마지막이었다.

유럽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로 태권도가 활발히 보급되면서 기량이 평준화된 점도 한국의 독주가 가로막힌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올림픽 메달 획득이 쉽지 않은 스포츠 약소국들도 태권도를 통해 기회를 얻었다. 도쿄올림픽 태권도에 걸린 32개의 메달은 태국 대만 요르단 터키 튀니지 이집트 코트디부아르 북마케도니아 등 21개국에 돌아갔다. 태권도는 세부종목을 남녀 4체급씩 모두 8개로 나누고 동메달을 2명에게 수여한다. 지난 25일 은퇴를 선언한 이대훈(29)은 “한국에 안타까워도 태권도의 세계 평준화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바=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