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도 값지다… 세계를 찌른 자랑스러운 女검객들

입력 2021-07-28 04:01
펜싱 국가대표 송세라 이혜인 강영미(왼쪽부터)가 27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에페 단체 결승에서 은메달이 확정되자 경기장 무대로 나와 마지막 주자 최인정을 끌어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이들은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중국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지만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게 32대 36으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바=김지훈 기자

여자 펜싱 국가대표팀이 9년만에 올림픽 에페 단체 결승에 올랐으나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최인정(31) 강영미(35) 송세라(28) 이혜인(26)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에페 단체 결승에서 유럽 강호 에스토니아에 32대 36으로 패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은 두 번째 은메달이다.

대표팀은 이날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중국을 38대 33으로 격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중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결승 진출 당시 한국을 무릎 꿇린 상대였다. 당시에도 뛰었던 팀 맏언니 강영미는 이날도 출전해 설욕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결승 1라운드에서 최인정이 율리아 벨레아예바에 2점을 뒤지며 어렵게 출발했으나 2라운드에서 강영미가 동점을 이뤄내며 균형추를 맞췄다. 3라운드에서 송세라가 역전까지 이뤄내며 13대 11을 만들어냈으나 이후 신장을 활용한 상대의 긴 사정거리 공격에 동점을 허용, 8라운드를 26대 26으로 마쳤다.

마지막 9라운드에 오른 최인정은 이번 올림픽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카트리나 레히스를 상대했다. 최인정은 3분간의 라운드 중 50여초를 탐색전으로 보낸 뒤 상대와 칼끝을 교차했으나 순식간에 3실점 하면서 재역전을 허용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격에 나섰지만 상대의 노련한 운영에 막혀 점수를 따라잡지 못한 채로 결승 무대를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올림픽 무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비를 겪었다. 특히 이번 결승 멤버 중 강영미와 이혜인은 지난해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그랑프리에 참가했다가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한 달 가까이 격리를 당하면서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 대표팀의 고참 선수 한 명은 의무 자가격리 기간 중 지침을 어기고 여행을 갔다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은퇴했다. 전력에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선수들은 1년간 절치부심 끝에 목적지인 도쿄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 내 동생 격인 이혜인과 송세라가 짧은 시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해준 덕이 컸다. 비록 금메달은 놓쳤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최강팀 중국을 꺾은 것은 한국 펜싱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