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노송동 전북지방병무청 인근에 ‘비사벌초사(사진)’라고 이름 붙여진 작은 기와집이 있다. 고(故) 신석정 시인(1907~1974)이 1961년 부안에서 전주로 이사와 눈을 감을 때까지 14년간 살던 곳이다. 시인은 이곳에서 시집 ‘빙하’, ‘산의 서곡’, ‘대바람 소리’ 등을 집필했다. 또 많은 문인들이 이 집에서 교류를 하며 문학과 인생을 논했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시인이 가꾸었던 정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전주시는 2018년 이 집이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에서 큰 가치를 있다고 보고 ‘전주시 미래유산 14호’로 지정했다.
비사벌초사가 자리 잡은 노송동 일대에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신석정 고택’이 사라질 위기에 있어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노송동 주민 10여명은 27일 전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주시와 전주시의회는 신석정 시인의 고택 비사벌초사를 보존하고 ‘전주 신석정문학관’을 건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문화도시로서 자긍심을 지켜야 할 전주시가 개발 논리에 밀려 역사 문화적 가치를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고택 보존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을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또 “신석성 시인은 역사의 현장에서 올곧은 선비 정신과 역사의식을 보여준 시인”이라며 “일제강점기 때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단 한 편의 친일시도 남기지 않은 지조 높은 시인”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시인은 전북대, 영생대에서 시론 등을 강의하고 전주상고(현 전주제일고)에서 정년 퇴임하셨다”며 “시인의 삶은 전주, 특히 이곳 노송동 일원을 떼어 놓고서는 기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선 자택 보존 여부를 두고 의견이 나눠지고 있는 상황이다. 병무청구역 재개발 조합추진위원회 측은 일대에 노후 주택이 많아 재개발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