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이 2020 도쿄올림픽 대회 초반 연패를 당하며 순탄치 않은 출발을 했다. 세계 최강 전력인 네덜란드를 상대로 분전했지만 상대적 열세인 높이에서 고전하며 아쉽게 졌다. 8강 진출을 위해서는 다음 경기인 한·일전이 새삼 중요해졌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이하 대표팀)은 27일 일본 도쿄 요요기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조별예선 A조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32대 39로 졌다. 지난 25일 먼저 치른 노르웨이전에 이어 두 번째 패배다. 에이스 류은희가 10득점으로 분전했지만 전반 막판 벌어진 점수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며 신흥강호로 떠오른 네덜란드를 상대로 대표팀은 예상보다 잘 싸웠다. 전반 중반까지 상대와 우열을 다퉜다. 그러나 전반 막판 6분 동안 득점이 막히면서 점수 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정유라가 다시 득점 물꼬를 터 류은희까지 연속 3득점을 하며 전반을 마무리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네덜란드의 강점인 신장 차는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더 심하게 드러났다. 상대에게는 우리 선수보다 한참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히는 슈팅뿐 아니라 우승 경험이 더해지며 생긴 여유까지 있었다. 높아진 세계의 벽이 실감 나는 경기였다.
2000년대까지 올림픽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2016 리우올림픽에선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며 충격을 안겼다. 2010년대 들어 세계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탓이 컸다. 이번 대회는 런던올림픽부터 이어진 ‘노메달’ 부진을 끊을 기회다.
이번 패배로 대표팀에 29일 있을 한·일전은 더욱 중요해졌다. 각 조 6개 팀 중 4개 팀이 8강에 진출하는 대회 특성상 한국은 상대적 약체인 일본을 첫 승의 제물로 삼아야 한다. 역대 전적상으로 대표팀은 일본에 한 번도 진 적이 없을 만큼 절대적 우위에 있다. 한·일전을 이긴 뒤 앙골라와 몬테네그로에 승리를 거두는 게 유력한 8강 진출 시나리오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 타도를 기치로 걸고 전력을 가다듬어 온 터라 방심해선 안된다. 일본으로선 8강 진출에 실패해도 아시아 최강이자 숙적인 한국을 잡는 것만으로도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 된다. 일본은 이날 몬테네그로를 29대 26으로 잡으며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