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부터 남달랐던 ‘女양궁의 미래’ 안산… 특기는 다관왕

입력 2021-07-28 04:04
양궁 국가대표 안산이 25일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단체전 중 활을 쏘고 있다. 안산은 29일부터 여자 개인 종목에 출전한다.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서 2관왕을 달성한 안산(20·광주여대)이 올림픽 양궁 역사상 최초로 3관왕에 도전한다.

안산은 29일 여자 양궁 개인전 64강에 나선다. 안산과 함께 2관왕을 차지한 김제덕(17·경북일고)이 남자 개인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안산이 금메달을 따면 올림픽 양궁 역사상 최초로 한 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한 선수가 된다.

안산은 도쿄올림픽에서 이미 두 번의 역사를 써냈다. 지난 24일에는 김제덕과 함께 이번에 신설된 양궁 혼성단체전의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바로 다음 날인 25일에는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와 함께 출전한 여자단체전에서 ‘여자양궁 단체전 9연패’라는 대기록을 합작했다.

그에게 ‘다관왕’은 낯설지 않다. 중학교 2학년 마지막 경기에서 첫 우승을 한 안산은 이듬해 문체부장관기에서 6관왕으로 전 종목 우승을 달성했다. 국내 양궁대회에서 전 종목 우승은 사상 최초였다. 당시 안산은 개인종합(1386점) 50m(341점) 30m(359점)에서 한국 타이기록 겸 대회 신기록을 세워 더욱 주목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화랑기 4관왕(30m, 40m, 50m, 개인종합), 소년체전 2관왕(30m, 40m) 등을 거머쥐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는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7년 광주체고에 진학해 유스세계선수권대회 혼성전 은메달, 2018년 아시아컵 3차 개인전 은메달, 2019년 월드컵 4차 개인전 금메달 등을 따냈다.

안산에게 양궁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뭔지도 모르고 신기해서 시작했다”던 안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광주 문산초에 양궁부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활을 쏘고 싶다”며 지원했다. 어머니는 딸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당시 문산초 양궁부는 남자만 선발했는데, 안산의 어머니가 “여학생에게도 기회를 달라”며 학교와 지도자를 설득했다.

안산은 어렵게 들어간 양궁부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다. 노슬기 문산초 코치 덕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안산은 1년 내내 자세를 잡고 활 당기기 연습만 했다고 한다. 양궁부에서 양궁을 배우는 건 보통 초등학교 4학년부터인데 1년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기초를 더 탄탄히 다질 수 있었던 셈이다.

타고난 정신력은 안산의 또 다른 무기다. 현재 안산의 소속팀인 광주여대 양궁부의 김성은 감독은 안산이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했다. 김 감독은 “성공한 양궁 선수들은 즐기는 양궁을 하는데 산이가 딱 그런 경우”라며 “경기를 하면 심리적 중압감이 크기 마련인데 어릴 적부터 웃고 즐기면서 양궁을 했다. 그런 면에선 정신력이 타고난 선수”라고 말했다.

1983년 세계선수권대회 5관왕인 김진호 한국체대 교수도 “안산은 멘털이 좋고 어떤 상황에서든 감정 변동 없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며 “이름인 ‘산’처럼 진중하다”고 평가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