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코로나19 예방 접종의 주력 제품인 모더나 백신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4차 대유행이 한창인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길은 사실상 백신 접종뿐이다. 한동안 백신 가뭄에 시달리다가 지난 26일 만 55~59세의 접종이 시작됐는데 또 물량이 부족하다니 국민은 속이 터질 노릇이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모더나 CEO와 화상 통화를 해 확보한 백신 물량은 총 4000만회분(2000만명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것은 115만2000회분으로 3%도 안 된다. 백신 생산 설비 문제로 이달 말 공급 예정이던 물량은 8월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당초 이번 주 모더나를 맞기로 했던 수도권 대상자가 화이자 백신으로 변경됐고, 다음 주에는 비수도권까지 대부분 화이자를 맞게 된다. 3주였던 화이자 접종 간격이 4주로 늘어난 것도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이 같은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방식으로 정부가 약속한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백신 물량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정부 탓만 할 수는 없다. 국민에게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3일 모더나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도 알리지 않았다. 사흘이 지난 26일 브리핑 중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답변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백신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면 바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마땅하다. 8월 이후 1700만명에 달하는 만 18~49세 접종이 시작되는데, 하반기 전체 백신 수급 일정이 꼬일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외교력과 행정력을 총동원해 백신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모더나 외에 다른 제약사에 물량 확대를 요청하는 플랜B도 서두르길 바란다. 미국과 유럽 등은 델타 변이 확진자가 늘자 2023년까지 맞을 백신 도입에 나서 제약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우리는 당장 맞을 물량도 태부족이니 한심한 노릇이다. 신속하고 안정적인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사설] 차질 빚은 모더나 공급, 국민은 속이 타들어간다
입력 2021-07-28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