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선 복원, 남북 및 북·미 관계 진전에 윤활유 되길

입력 2021-07-28 04:03
남북이 어제 1년 넘게 끊겼던 통신 연락선을 복원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빌미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판문점 채널과 군 통신선 등을 끊었었다. 통신선이 다시 연결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전에도 북한의 대내외적 국면전환 필요에 따라 통신선이 일방적으로 끊겼다 복원되는 일이 반복돼온 걸 감안하면 한편으로는 씁쓸한 측면도 없지 않다. 다만 이번 복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차례 서신 교환을 통해 합의한 일인 만큼 단순한 통신선 연결을 넘어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합의가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에 맞춰 남북에서 동시에 발표된 것도 관계 회복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나 다름없었다. 임기 초반에는 금방 전쟁이라도 날 것 같더니 2018년에는 세 차례나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회담이 ‘노 딜’로 끝나면서 파국의 길로 들어섰었다. 이번에 통신선 연결에 합의했다고 2018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 간에 얽힌 현안들을 성의를 갖고 풀어가다 보면 3년 전보다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지 말란 법도 없다. 여러 현안 가운데서도 우선은 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에서의 우리 국민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북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확실히 받아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남북관계가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와 코로나19 보건 협력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남측은 북측이 바라는 남북 경제협력 문제가 진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측의 달라진 태도가 북·미 대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남측의 중재도 있어야 하겠지만 미국과 북한부터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북측이 강하게 반발한 만큼 미측이 보다 유연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과연 북측이 핵을 폐기하겠느냐’는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더 과감한 핵 폐기 의지를 확인시켜야 한다. 대화 테이블에 앉는 걸 주저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일 테다. 한반도 평화시계가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남·북·미 모두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