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힘든 시기에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려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쉽다. 힐링이 필요할 때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충북 제천의 푸른 숲과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을 찾아보자.
제천의 남쪽 월악산(해발 1094m)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한수면 송계계곡은 여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간직하고 있다. 수정처럼 차고 맑은 물과 큼직하고 널찍널찍한 바위들이 계곡 곳곳에 널려 있어 자연의 휴식처를 제공한다.
계곡 주변에 있는 자연대 월광폭포 수경대 학소대 망폭대 와룡대 청벽대 팔랑소 등은 송계8경이다. 송계계곡 입구에 자리한 자연대는 맑은 계곡물과 넓은 암반, 깊은 소가 인상적이다. 도로변에 위치하면서도 길에서 보이지 않도록 무성한 숲에 가려져 ‘제천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월광폭포는 3단 폭포다. 암벽에 흐르는 두 개의 물줄기는 30m에 이른다. 갈수기에는 수량이 적어 폭포의 진면목을 다 드러내지 못하지만 비 온 뒤에는 근사한 위용을 자랑한다. 수경대는 주변에 흐르는 물이 거울과 같이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덕주산성 동문 인근 한 쌍의 학이 월악산을 오가며 살았다는 학소대는 단애(절벽)와 작은 소나무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기암 정상에서 아름답게 펼쳐진 송계8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망폭대다. 수직 절벽 위에서 수백 년 풍상을 견뎌내고 서 있는 적반송 한 그루가 한 폭의 동양화를 빚어놓는다. 속리산 정2품송에 이어 ‘월악산 정3품송’으로 불린다. 와룡대는 용이 승천했다고 전하는 수심 5m의 깊은 웅덩이다. 거대한 화강암 반석 위로 맑은 물이 흐르는 팔랑소는 옛날 하늘나라 8공주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깊지 않아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송계계곡 옆에는 산에 둘러싸여 자연을 지키고 서 있는 듯한 ‘덕주산성’이 있다. 충북도기념물 제35호로 지정된 산성은 월악산국립공원 남쪽에 있는 둘레 약 2000m의 석성이다. 조선시대 쌓은 남문 동문 북문 등 아치형의 성문 세 곳이 남아 있다.
남문은 망폭대 인근에 있다. 성곽 위 전각 월악루가 복원돼 웅장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아치형 출입구를 액자 삼아 이색적인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좌우 성벽은 내외 겹 축이다.
동문은 덕주골 입구 도로변에 있다. 성문의 형태는 남문과 비슷하다. 복원된 홍예문 한쪽 자락은 도로 때문에 잘려나갔다. 도로 옆으로 산자락을 타고 이어진 성벽은 짧지만 옛 모습을 보여준다.
제천의 북쪽 백운면에 숨겨진 힐링 공간이 있다. 8㎞ 길이의 덕동계곡은 백운산과 십자봉에서 발원한 물줄기로, 울창한 산림과 맑은 계곡을 펼쳐놓는다. 숲으로 덮인 계곡은 여름 한낮에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해 폭염을 피하기에 그만이다. 규모도 작고 잘 알려지지 않아 제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여름철 명소다. 마을을 흐르는 계곡 한복판에 있는 아들바위는 바위를 향해 돌을 던져 바위 위에 잘 얹는 사람은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계곡 옆에 자리잡은 덕동생태숲은 250만㎡의 넓은 산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백운산 일대에 산림생태학습장이 구축돼 있어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생태의 보고(寶庫)다. 생태 관찰 탐사와 체험교육 등을 위한 관련 시설물과 산림자원 생태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연 소재의 휴게실과 편의 시설이 있는 방문객 센터, 자연 체험 학습과 교육 및 홍보를 하는 실내 전시관, 낙엽송으로 둘러싸인 연결로와 개구리 연못, 계곡과 소나무 등의 숲을 관찰하는 테마별 관찰로 등이 조성돼 있다.
삼한시대 축조됐다고 전해지는 고대 농경수리시설 의림지 인근에 역사성과 상징성을 담은 2㎞ 길이의 4계절 산책길인 ‘삼한의 초록길’이 조성돼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테마로 수목 5만5000주, 화초류 23만본 등 140여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삼한의 초록길을 가로지르는 4차선 도로 위에 보행자가 안전하게 지날 수 있도록 지난 6일 전망대형 보행육고인 ‘에코브릿지’가 개장했다. 폭 4~5m, 길이 268m 규모로, 제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다.
여행메모
수도권에서 승용차·기차로 2시간
신상 호텔식 리조트·다양한 야영장
수도권에서 승용차·기차로 2시간
신상 호텔식 리조트·다양한 야영장
충북 제천은 수도권에서 두 시간이 채 안 걸린다. 충북선 태백선 중앙선이 제천 땅을 지나고 중앙고속도로가 도시를 관통한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나들목에서 30분,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나들목에서 30여분 거리다.
제천은 호텔 유스호스텔 민박 캠핑장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제천시 백운면 해발고도 450~690m의 고지대 청정 원시 자연림에 지난 2일 ‘레스트리 리솜’(사진)이 문을 열었다. 지상 7층, 지하 5층 규모로 조성된 호텔식 리조트로 총 6개 타입 250실과 3곳의 식음시설, 루프탑 스파, 키즈플레이존, 4곳의 연회시설을 갖추고 있다. 포레스트 리솜 내 해브나인스파도 인피니티풀 확장 등 전면 리뉴얼을 마치고 개장했다.
송계계곡 주변에는 닷돈재·송계·용하 야영장 등이 마련돼 있다. 취사도 가능하고 개수대도 있어 캠핑 또는 야영 애호가 사이에 인기인 월악산국립공원 덕주야영장 무료 피크닉존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됐다. 송계계곡 곳곳에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더덕·도라지를 이용한 산채를 주재료로 하는 토속식당이 많고 신토불이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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