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실종된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047m)의 현지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1999년 실종됐던 다른 한국 산악인의 시신이 발견됐다.
26일 외교부 및 산악계에 따르면 한 외국인 등반대는 이달 중순쯤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4950m) 근처에서 한국인 남성 고(故) 허승관씨의 시신을 찾았다.
허씨는 22년 전인 99년 7월 29일 연세산악회 등정대 소속으로 브로드피크를 오르다 해발 7300m 지점에서 복귀하는 과정에서 실종됐다. 다른 대원들은 다음날 수색 작업에 나섰지만 허씨를 찾진 못했다. 2005년 박영석 대장은 허씨를 포함해 이곳에서 숨진 산악인 2명을 추모하는 동판을 K2 베이스캠프에 있는 추모 바위에 부착하기도 했다.
허씨의 시신은 현지에 눈이 잠깐 녹은 사이에 발견됐다. 연세산악회 재킷과 깃발 등으로 허씨의 신원이 특정됐다. 연세산악회 측은 “산악회원 1명이 브로드피크를 찾아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출발한다”고 밝혔다.
히말라야의 혹독한 환경에서 실종된 시신을 20여년 뒤에 발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2009년 9월 직지원정대 일원으로 히말라야 히운출리 북벽을 등반하는 과정에서 숨진 민준영, 박종성 대원의 시신이 10년 만에 발견되기도 했지만 다수 실종자는 시신을 찾지 못한 채 히말라야에 묻혔다. 허씨를 추모했던 박 대장도 2011년 10월 안나푸르나에서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됐다.
허씨의 시신은 최근 실종됐던 김 대장을 수색하는 도중에 발견됐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실종된 김 대장과 관련, 지난 며칠 동안 파키스탄군 헬기 등이 추락 추정 지점을 수색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김 대장 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부터 수색은 중단됐다.
김 대장은 브로드피크 정상을 밟으면서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급 14좌 등정에 성공한 이후 하산하던 중 지난 18일 오후 4시58분쯤 해발 7900m 부근에서 조난 사고를 당했다. 다음날 오전 김 대장은 조난 상태에서 러시아 구조팀에 의해 발견된 후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올라가다 중국 영토 쪽으로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