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학교가 개설해준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학생에게는 좋지만 교사에게는 헌신을 요구하는 제도다. 어떤 제도든 누군가의 헌신에만 의존해 굴러간다면 지속성을 갖긴 어렵다. 정부와 교육청, 학교 등이 손발이 맞아야 고교학점제도 가능해진다. 교사를 뒷받침해주는 시스템 측면에서 충북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북교육청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준비해 올해 새 학기에는 고교 사무를 교육지원청으로 넘겼다. 통상 유치원과 초·중학교 사무는 기초지자체 단위인 교육지원청이, 고교 사무는 광역 단위인 시·도교육청이 맡아 왔다.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였다. 충북교육청은 권한만 위임한 게 아니라 예산과 인력까지 내려보내는 실질적인 분권을 단행했다.
교육지원청 단위가 고교학점제에 효율적이라고 봤다. 도교육청이 ‘고교학점제 정책추진단’을 중심으로 큰 그림을 보여주면 교육지원청이 고교와 밀착해 교사들을 지원하는 체계다. 고교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개설할 때 막히면 도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가까운 교육지원청을 통해 빠르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윤정실 청주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청주는 교육 인프라는 풍부한 편인데 이를 어떻게 연계할지가 관건이고 청주 외 지역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충북만 해도 학교가 처한 상황이 다르다. 도교육청은 망원경처럼 거시적인 방향과 안목을 제시하고 교육지원청은 현미경처럼 학교의 어려움을 바로 해결해주는 체계가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원하는 과목이 있는데 학교에는 가르칠 교사가 없고, 학교 차원에서 외부 강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고교가 도교육청에 ‘SOS’를 치는 게 아니라 가까운 교육지원청이 강사를 구해주거나 도교육청과 접촉해 방법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지역 대학이나 전문기관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충북의 방식이 꼭 정답은 아닐 수 있다. 지역별로 나름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경직됐던 교육행정이 조금씩 깨져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경기도는 학생 수가 많고 지역별로 여건이 천차만별이어서 충북처럼 교육지원청에 고교 사무를 넘기는 방식을 채택했다. 경남은 교육청 본청에서 고교학점제 업무를 총괄하되 교육지원청 중 3분의 1은 ‘거점형’으로 고교 협력을 주도하는 ‘혼합형’이다. 광역시의 경우 시 전체를 하나의 캠퍼스화(세종시)하거나 선도지구로 묶는(광주)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도서 지역이 있는 인천은 섬 지역 학교들과 도심 학교들의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국민일보 공동기획
청주=이도경 교육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