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이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여자 양궁 단체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33년 동안 금메달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9연패라는 대기록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AP통신은 “선수들의 이름은 바뀔 수 있겠지만 한국 여자 양궁의 통치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오진혁, 김우진, 김제덕이 출전한 남자 양궁 대표팀도 26일 단체전에서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양궁은 누가 국가대표로 뽑혀도 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로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탄탄한 시스템을 갖췄다.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강채영, 장민희, 안산 선수는 모두 올림픽 출전이 처음이었지만 압도적인 경기력과 여유로움으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 양궁의 금메달이 더욱 빛나는 것은 오로지 실력과 공정으로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세대가 중요시하는 공정 선발 시스템이 정확하게 작동했다. 양궁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특혜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오직 과녁에 꽂힌 점수로만 평가한다. 금메달리스트든 세계 1위든 예외 없이 세 차례 선발전과 두 차례 평가전에 전부 참가해 경쟁해야 한다. 국제 대회 경험 부족으로 세계 랭킹이 낮더라도 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다.
대한양궁협회는 이번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혼성 단체전에 누굴 내보낼지도 철저하게 실력으로 뽑았다.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현장에서 열린 랭킹라운드(예선전)를 마지막 선발전으로 삼았다. 그 결과 성적이 제일 좋은 김제덕과 안산이 뽑혔다. 두 선수 모두 남녀 대표팀에서 가장 어리고 경력이 짧았지만 이는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로지 실력으로 뽑힌 이들은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일 테다. 실력만 있다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도 중요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 어떤 특혜 없이 원칙에 따른 공정이 작동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양궁 코리아’에서 배워야 할 대목이다.
[사설] 한국 양궁, 실력과 공정으로 금자탑 쌓았다
입력 2021-07-2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