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의 영웅, 청해부대가 초유의 집단감염 사태로 치욕과 오욕의 논쟁 한복판에 서 있다. 청해부대는 2009년 국회가 소말리아 파병 동의안을 가결하면서 창설된 부대다. 청해부대 파병은 우리 해군 전투함의 첫 해외파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500t급 구축함 1척씩이 약 6개월 주기로 파견된다.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해 낸 아덴만 여명작전은 청해부대 6진이 수행했다. 이 작전에서 청해부대는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해 명성을 높였다. 당시 복부에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은 최근까지 해군에서 안보교육 교관으로 활동했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은 지난 2월 8일 출국해서 3월 6일 작전지역에 도착했다. 임무 수행 도중 국민 보호의 긴급한 필요에 따라 새로운 지역에 투입됐고, 여기서 식료품 등 물자 보급을 위해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현지 항구에 기항했다. 2일부터 감기 증상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14일 PCR 검사 결과 첫 확진이 합참에 보고됐다. 하루 뒤 군은 34진 전원을 복귀시킬 것을 결정했고, 18일 공중급유수송기 2대와 교대 병력 및 의료·방역 인력을 현지로 보내 20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전원을 귀환시켰다. 밀폐된 함정의 특성상 확진자 발생은 많았지만 후송 작전은 신속했고 성공적이었다. 현재까지 부대원 301명 중 확진자는 90%를 웃돌지만 위중한 환자는 없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충격적인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전후 상황과 원인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접근의 방향성이 중요한데, 몇 가지 점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파병부대 백신 접종 누락, 감염 경로, 초기 대응의 적절성 등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에 있어 진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원인을 예단하거나 확대 해석하고 여론의 향방에 따라 희생양을 찾는 방식은 없어야 한다. 일부에선 합참과 국방부가 감사의 대상이 되는 만큼 국방부 감사는 셀프 감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관·군 합동역학조사단을 통해 전문적으로 감염 경로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셀프 감사를 넘어서는 보다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초유의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온 국민이 느끼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이럴수록 감정적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원인에 대한 분석이 끝나기도 전에 군은 이미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아니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한 매체에선 국방부 장관이 보낸 선물을 “서욱이 보낸 고래밥 과자… 청해부대 장병 헛웃음”이라는 제목으로 의도마저 왜곡하며 희화화했다. 이런 식의 접근은 진영 논리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군을 위축시키고 사기를 꺾을 뿐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며칠 전 국방부기자단과의 공동인터뷰에 응한 부대원들은 ‘피가래 생지옥, 아비규환’ 등과 같은 상황은 없었고 그런 일련의 부정적 기사에 대해 ‘참담하고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었다고 토로했다. 짜 맞추기 식의 ‘관제 인터뷰’라며 일축하고 싶겠지만, 부실 도시락 사진 찍어 올리는 요즘의 군대 문화에서 관제 인터뷰는 상상하기 어렵다.
끝으로, ‘코로나인 줄 알면서도 밝았고, 서로 격려하며 맡은 바 임무에 충실’했던 청해부대 장병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 패잔병 취급은 어불성설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전염병과 당당히 싸웠고, 전원 퇴함(退艦)의 불명예를 막고자 눈물로 남기를 애썼던, 자랑스러운 부대원들이다. 문무대왕함이 복귀하는 9월에 이들이 잠시나마 함정을 인수하는 형식을 갖추어 이들을 예우하고 명예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요즘 군이 여러 모양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에 걸맞은 위상과 역할을 발휘하도록 군에 대한 애정 어린 질책과 격려, 절제된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