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Nine)!”
장민희(22·인천대)의 마지막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 과녁 중앙 노란 부분에 명중하자 한국 양궁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얼싸안고 포효했다. 무관중 속에서도 동료 선수들을 열광적으로 응원했던 대표팀 남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도 관중석에서 축하의 환호성을 질렀다. ‘양궁의 나라’ 한국에서 온 여자 신궁들은 그렇게 단체전 9연패 신화를 완성했다.
안산(20·광주여대)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로 구성된 여자대표팀은 25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 엘레나 오시포바, 크세니아 페로바 조에 6대 0(55-54 56-53 54-51)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 여자양궁은 여자단체전이 정식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 이래 모든 대회를 우승하는 전인미답의 9연패를 달성했다. 특정 국가의 특정 종목 9연패는 전 종목 통틀어 올림픽 사상 세 번째다.
예고된 금메달이었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23일 열린 랭킹라운드에서 1~3위를 휩쓸었다. 이날 8강, 4강에서도 각각 이탈리아와 벨라루스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여자대표팀은 그만큼 비장했다. 자신들의 대에서 금메달 행진을 끝내지 않기 위해서다. 결승전에서도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8점짜리 딱 두 발을 제외하곤 모두 과녁 중앙 노란 부분에 맞히는 신들린 궁술로 기어코 9연패를 이뤄냈다.
역대 최연소 주장 강채영은 경기 뒤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로 통제된 채 훈련하며 힘들었는데 모두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어 기쁘다”며 “종이 한 장 차 실력의 선수들을 수차례 선발전을 통해 뽑는 공정한 선발 방식이 9연패 비결”이라고 밝혔다.
혼성단체전에서 김제덕(17·경북일고)과 함께 우승한 안산은 이번 대회 참가국 전체를 통틀어 첫 2관왕에 등극했다. 이제 개인전만 우승하면 한국 하계올림픽 역사상 첫 3관왕이 된다. 안산은 “제 목표는 단체전 금이었다”며 “개인전은 욕심내지 않고 운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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