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양궁이 ‘올림픽 9연패’라는 스포츠역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세웠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시작된 금빛 행진을 도쿄올림픽까지 33년간 이어온 셈이다. 올림픽 특정종목에서 9연패를 기록한 국가는 미국의 남자수영 혼계영 400m, 케냐의 육상 장거리 장애물경기뿐이다. 한국 여자양궁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10연패에 도전한다.
한국 여자양궁의 단체전 우승 행진은 서울올림픽부터 시작됐다. 단체전이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서울 대회에서 ‘신궁’ 김수녕을 필두로 왕희경 윤영숙이 출전한 한국 여자양궁은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선 김수녕 조윤정 이은경이 세계 정상을 지켰다.
96년 애틀랜타에서는 김경욱 윤혜영 김조순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김경욱은 과녁 정중앙에 설치된 카메라 렌즈를 맞히는 ‘퍼펙트 골드’를 두 차례 보이며 화제가 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은 김수녕이 복귀해 김남순 윤미진과 함께 다시 한번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대표팀은 이후에도 패배를 허용하지 않았다. 매번 결승전 상대가 바뀌었지만, 우승은 한국 여자 대표팀의 몫이었다.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2012년 런던 대회까지는 중국과 3차례 맞붙었지만,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중국 응원단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우승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한국 여자양궁의 우승에 대해 ‘비바람도 막지 못했다’고 표현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장혜진 최미선 기보배가 8연패를 달성했다. 외신들은 8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한 한국 대표팀을 향해 “명불허전 한국”이라 했다. 미국 NBC의 해설위원은 “농구에서 미국 드림팀의 위상을 양궁에선 한국팀이 가지고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올림픽 9연패를 달성한 강채영은 25일 “올림픽과 같은 환경 속에서 훈련을 해왔다”며 “선수 모두가 노력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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