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카마겟돈’ 왔다… 유럽 소형차 1주일 렌트 200만원

입력 2021-07-26 00:02
AP뉴시스

올여름 전례 없는 자동차 부족 현상이 빚어지면서 휴가철 유럽 주요 지역 렌터카 가격이 폭등했다고 CNN방송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여행을 위해서는 차를 빌려야 하는 관광객에게 재앙이라는 뜻으로 ‘카마게돈’(Car+Armagedd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 볼로냐공항의 렌터카 체인 ‘로카우토’에서는 1주일 렌트 비용이 ‘무려 1800달러(207만3000원)’였다. CNN은 “당신은 마세라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차는 매우 소박한 폭스바겐 골프였다”고 설명했다.

피렌체에서 현지 렌터카업체 ‘시칠리 바이 카’를 통해 하루 전 가장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는 소형차 피아트500 카리보의 3일 렌트비용은 886달러(102만원)였다. 가족 단위로 움직이느라 웬만큼 큰 차가 필요하다면 금액은 1536달러(176만9000원)로 뛴다는 게 CNN 설명이다.

CNN은 “물론 임박해서 예약하는 게 항상 더 비싸기는 해도 이만큼 비싸지는 않았다”며 “이달 31일부터 1주일간 빌리는 경우에도 가장 작은 차가 452달러(52만원)부터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 도시 말라가에서 렌터카 체인점 ‘에이비스’를 통해 구할 수 있는 가장 싼 소형차가 548달러(63만1000원)였다. 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보통 1주일 동안 쓰는 돈이 최대 몇백달러임을 감안하면 아주 비싼 가격이라는 평가다. CNN은 “말라가에 가는 관광객은 이 돈으로 차를 빌리는 것보다 해변에 머무르는 게 더 낫다”고 덧붙였다.

독일 뮌헨공항에서는 소형차 피아트500을 1주일간 빌리는 데 484달러(약 55만7000원)가 들었다. 말라가보다는 저렴하지만 역시 비싼 가격이다.

유럽지역 렌터카 가격 급등의 첫 번째 배경은 차량 부족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렌터카업체들은 차량 운영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업체들은 올 초 차량 주문량도 크게 줄였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신차 인도까지 지연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렌터카는 9만3200대로 지난해 1분기(13만900대)나 2019년 같은 기간(12만9200대)에 비해 약 30%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유럽 각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봉쇄가 완화되자 관광객 수가 늘어났다.

렌터카 가격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는 ‘리노카하이어’의 마케팅 책임자 필 파트리지는 “여행 제한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업체들이 차량을 다시 늘리는 데 큰 투자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여행업계는 올해 여행을 간다면 예년과 달리 항공편 예약 전에 렌터카 가격부터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올림픽 홀리데이스 관계자는 “(렌터카에) 250달러를 쓸 것으로 예상했는데 1000달러가 든다면 휴가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