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지역주의 조장” 난타전… 명·낙, 극으로 치닫는다

입력 2021-07-26 00:04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5일 기자간담회를 위해 광주 서구 민주당 광주시당위원회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 지사 주변에 지지 및 반대 손팻말을 든 사람들이 나란히 서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네거티브전이 ‘호남’과 ‘적통 경쟁’으로 얼룩지며 점입가경 양상이다. 1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로 적통 논쟁이 벌어진 데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의 이른바 ‘백제 발언’으로 지역주의 조장 공방까지 한창이다. 야권도 이 지사 발언을 두고 “천박한 역사인식”이라며 가세해 여권 주자 간 논쟁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이재명 캠프와 이낙연 캠프의 공방 수위는 지역주의 공방을 계기로 극으로 치닫고 있다. 본경선에서 호남이 사실상 승부처인 만큼 양 캠프는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정성호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서 “지역주의 망령을 씌워 정책과 비전 중심의 경선을 오염시킨다”며 “능력과 자질 검증을 회피해보려는 꼼수정치야말로 호남개혁정치를 배신하는 행태”라고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가 논란을 촉발한 장본인이라며 맞받았다. 캠프 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하락하는 지지율의 원인을 자신에서 찾지 않고, 철 지난 지역주의로 만회하려는 전략은 실패할 것”이라며 “민주당 대선 후보라면 국민 수준에 호소해야지, 그렇지 못하면 외면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다른 주자들도 이 지사를 맹공하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가 지역적 확장성이라는 말을 썼는데 거기에 바로 지역주의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적 확장성을 운운하는 것은 민주당 노선과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다. 이 지사가 진정성을 갖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주의 논란은 대권 주자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은 호남이 중심이 돼 통합을 이루면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라며 이 지사를 옹호했다. 반면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의 해명은 지역주의 해소를 열망하고 실천해 온 민주당의 지도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야권마저 지역주의 논란에 참전하며 지역주의 공방이 정치권의 뇌관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천박한 역사인식과 민주당이 그토록 외치는 지역갈등 해소를 역이용하려는 경선 전략”이라고 했고, 백제 수도를 지역구(충남 공주·부여)로 둔 정진석 의원은 “백제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동아시아를 호령한 나라다. 역사 공부부터 하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 간 적통 논쟁도 또 다른 뇌관이다. ‘친문’ 적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을 두고 친문 표심을 흡수하기 위한 경쟁도 가열됐다. 앞서 이 전 대표 측은 “김 전 지사가 이 전 대표에게 ‘(문재인) 대통령님을 잘 지켜 달라’는 통화 내용을 공개하자 이 지사 측은 “대통령을 경선에 끌어들이는 것이 과연 대통령을 지키는 일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 지사 측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촉발한 노 전 대통령 탄핵 표결 진위 공방도 적통 논쟁의 연장선이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이 전 대표는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장했지만 이 지사 측은 당시 물증이 없는 무기명 투표라는 점을 근거로 여전히 진위를 의심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 내 적통 논쟁을 격화시키며 후보들은 “적자, 서자” “맏며느리” 등의 단어까지 쏟아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