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적통’ 논란에 이어 지역주의 공방으로까지 치달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동조 전력 문제가 대두되더니 급기야 지역색에 기댄 네거티브까지 나왔다. 미래를 얘기하기에도 부족한 경선 레이스에 선거전 구태들이 하나둘 되살아나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낙연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직접 글을 올려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가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낙연 후보가)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한 뒤 “지형이 바뀌었다.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밝힌 대목을 지역주의로 해석한 것이다. 정세균 전 총리도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며 비난에 가세했다. 이 지사 캠프는 “호남 불가론을 언급한 바 없고, 도리어 이낙연 후보를 극찬하며 지역주의 초월의 새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왜곡 프레임을 씌우려는 이낙연 캠프에 강력 경고한다”고 맞받았다.
누구 발언이 맞는지를 떠나 여당 경선에 지역주의 망령이 다시 소환된 것은 유감스럽다. 야권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최근 대구를 찾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여권에서 제기했던 ‘대구 봉쇄론’을 언급하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당내 경쟁자의 전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거나 상대의 발언을 뒤틀어 공격하는 구태가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1, 2위 격차가 줄어 경쟁이 격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진흙탕 싸움의 양상이 심각하다. 당사자들은 지지표를 모으려는 나름의 계산이 있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적정선을 넘은 소모적인 논란으로 느껴진다. 공방 과정에서 서로 치명상을 입혀 본선 경쟁력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논란의 뒤끝 때문에 과연 단합해서 본선을 치를 수 있을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선관위에서 과열된 공방에 주의를 환기하고 나섰지만 한번 불붙은 네거티브 경쟁이 멈춰질지 미지수다. 여당의 경선은 저간의 국정운영 허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경쟁이 돼야 한다. 차기 정권은 코로나19 이후 성큼 다가올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의 물결을 마주하게 된다. 누가 적자냐, 출신 지역이 어디냐를 논쟁하기보다 국민의 심금을 울릴 미래 비전을 경쟁하는 정상 궤도로 속히 복귀하기 바란다.
[사설] 지역주의 망령까지 되살아난 대선 경선, 실망스럽다
입력 2021-07-2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