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올림픽] 박수·함성 없지만… 그들만의 뜨거운 메달 수여식

입력 2021-07-26 04:03
양궁 국가대표 안산(왼쪽)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 결승 상대 네덜란드를 꺾은 뒤 혼성팀 짝 김제덕에게 직접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코로나19는 올림픽 경기장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놨다. 시상대부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까지 모든 공간에 거리가 생겼고 승자의 미소는 마스크 안에 가려졌다. 안전을 위한 선택이지만 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승리의 환희를 마음껏 표출할 수 없는 도쿄올림픽에서 승자들은 스스로 축하하고 격려할 방법을 찾아냈다.

한국의 도쿄올림픽 1호 금메달을 획득한 양궁 대표팀의 두 막내는 서로에게 수여하는 방법을 택했다. 안산과 김제덕은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올림픽 신설 종목으로 열린 양궁 혼성 단체전을 정복한 뒤 쟁반에 놓인 금메달 2개를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건네받고 서로의 목에 걸어 줬다. 단체전이어서 가능한 장면이다.

도쿄올림픽에선 유력 인사가 시상대 앞까지 메달을 가져와 선수에게 걸어 주고 악수나 포옹을 하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 올림픽 참가자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선수의 목에 걸어 주는 형식의 시상식은 1960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리본을 단 올림픽 메달도 당시 처음 등장했다. 그전까지 올림픽 메달은 상자나 쟁반에 담겨 선수에게 전달됐다. 선수의 목에 메달을 걸어 주는 시상식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58년간 이어졌다. 도쿄올림픽에서 반세기를 넘긴 전통이 깨진 셈이다.

도쿄올림픽 시상식장 분위기는 좀처럼 고조되지 않는다. 전체 경기의 96%가 관중석을 개방하지 않아 사실상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탓에 시상식장 안에서 큰 박수와 함성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시상대에 선 선수들은 마스크 표면에 메달을 대는 ‘마스크 키스’ 등의 방법으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전체 1호 금메달리스트인 중국 여자 10m 공기소총 국가대표 양첸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메달을 마스크에 대고 입맞춤한 뒤 두 팔로 하트를 그렸다.

코소보 유도 대표 디스트리아 크란스니치가 48㎏급 우승 뒤 금메달을 스스로 목에 걸고 있다(왼쪽). 튀니지 태권도 대표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가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딴 은메달을 깨무는 모습. AFP연합뉴스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시상대에서 ‘메달 깨물기’ 세리머니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도쿄올림픽에서 이 방역 수칙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같은 날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세계 랭킹 1위인 한국의 장준을 꺾고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한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는 마스크를 벗고 은메달을 입으로 물었다.

올림픽 경기장 안에서 낯선 풍경을 펼쳐내는 곳은 시상대만이 아니다. 인터뷰 공간인 믹스트존에선 선수와 취재진 사이에 약 1m의 간격이 생겼다. 이전의 올림픽에선 철망이나 끈으로 선수와 취재진의 경계가 구분됐다. 선수와 취재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이전보다 큰 목소리로 질의응답이 오간다. 선수가 다른 국적의 기자에게 질문의 내용을 되묻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진행요원은 그 사이에서 취재진의 녹음기나 무선 마이크를 선수 앞 탁자에 대신 올려놓고 인터뷰를 돕는다.

지바=김철오 기자, 도쿄=이동환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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