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가 황당한 2020 도쿄하계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각국 선수단 입장 소개에 나온 사진과 자막·해설은 시청자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할 만큼 당혹스러웠다. 이는 외신에도 보도되며 한 방송사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 대한 비판과 조롱을 불러일으켰다.
MBC는 지난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 도중 선수단을 소개하며 일부 국가에 모욕적이고 매우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넣었다.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면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진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1986년 구소련 시절 발생한 역사상 최악의 방사능 누출 사고로 기억된다. 그 나라의 가장 아픈 현대사를 건드린 것이다. 이에 한국으로 귀화한 한 러시아 출신 방송인은 SNS에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미국에는 9·11테러 사진을 넣지 왜 안 넣었냐고 분개했다.
아이티 소개 때는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시리아에는 “10년째 진행 중인 내전으로 유명하다”, 마셜제도는 “한때 미국의 핵 실험장”이라고 소개했다.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를 소개하면서 그 나라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부각시키다니 개념 없는 행동임에 틀림없다.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사인인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선수단을 소개하면서 굳이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표기한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엔 체르노빌, 이탈리아엔 피자: 한국 TV 올림픽 사진에 대해 사과하다’라는 보도에서 문제가 된 장면을 일일이 비판했다. 국제적으로도 파장이 커진 것이다. 올림픽 중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MBC는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공영방송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 된다. MBC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련의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문책해야 할 것이다.
[사설] MBC 올림픽 중계 국제적 망신… 책임자 문책해야
입력 2021-07-2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