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에서 표심을 얻기 위한 여야 주자들의 공개적인 행보가 본격 시작되면서 ‘중간 성적표’라고 볼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도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마다 서로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내놓다보니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적잖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같은 시기에 비슷한 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됐음에도 결과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각종 여론조사 1, 2위를 차지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순위가 엇갈리기도 하고, 주자별 지지율 역시 조사마다 차이가 큰 경우도 종종 나온다.
조사 결과를 바라보는 각 후보 캠프의 해석도 제각각이다. 저마다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해석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지난 16일부터 21일 사이 진행된 주요 여론조사를 보면 결과가 모두 달라 더 혼란스럽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6~17일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례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30.3%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한 반면 MBC 의뢰로 코리아리서치가 17~18일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27.1%로 윤 전 총장(19.7%)을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두 조사는 거의 같은 시기에 진행됐고, 표본 규모 역시 1000명가량으로 거의 같았지만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만 놓고 보면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정도다.
역시 비슷한 시기 진행된 다른 조사결과 역시 차이가 있었다.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17~18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3위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20.1%로 이 지사, 윤 전 총장과 함께 3강 구도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2일 공개된 케이스탯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19~21일 성인 1003명 대상 조사)에서는 이 전 대표 지지율이 14% 머물렀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도무지 종잡기 어려운 조사결과는 조사방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1~2위 순위가 엇갈렸던 KSOI와 코리아리서치는 각각 조사방식이 자동응답(ARS)과 전화면접조사로 차이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25일 “전화를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ARS로 설문전화가 오면 설명을 듣고 다시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번호를 찍고 다시 설명을 듣는 건 번거로운 일”이라며 “그럼에도 전화를 끊지 않고 끝까지 답하는 사람은 정치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는 계층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ARS 방식을 쓰는 KSOI 조사 응답률은 7.0%였던 데 비해 면접방식을 쓴 코리아리서치 조사 응답률은 27.4%로 나타났다. 응답률이 낮을수록 모집된 표본은 정치적 관심도가 높은 성향을 보인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ARS 조사방식에서 지지율이 높아지는 윤 전 총장 지지자 중에는 정치적 관심도가 높은 유권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방식 외에도 질문 문항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여부와 후보 이름을 누구부터 불러주는지 등 다양한 변수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엇갈린 여론조사에 대해 각 후보 캠프는 최대한 유리하게 결과를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뚜렷한 지지율 상승세를 타는 이 전 대표 측은 여러 조사 결과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 전 대표 캠프에 속해 있는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예비경선을 치르며 이 전 대표 특유의 안정감과 진중함이 부각되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윤 전 총장 쪽에서 빠진 지지율을 이 전 대표가 흡수하는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런 상승세를 더 부각시키기 위해 조사방식이 아예 다른 두 조사를 같은 그래프 안에 배치하면서 ‘통계 왜곡’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좀처럼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 지사 측은 오히려 어지간한 외부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지율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지사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 지사의 지지율은 조사방식이나 진행되는 이슈와는 크게 관계없이 30% 안팎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며 “그만큼 흔들리지 않는 지지층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고정 지지층을 바탕으로 이 지사가 고전하고 있는 20·30대 여성,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최근 지지율이 횡보 또는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 일시적 현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쟁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여당 예비경선 등 정치적 이벤트 효과가 있었고, 처가 리스크 등으로 견제를 강하게 받으면서 지지율이 잠시 주춤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캠프 조직이 정비되고 중도 외연확장에 본격 나서게 되면 지지율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캠프별 해석까지 더해지면서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한 표정이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를 보다 현명하게 읽기 위해서는 방식이 다른 여러 조사들을 단순비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사내용이 비슷해 보여도 방법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며 “차라리 조사업체 하나를 특정해서 시기별로 진행된 조사결과의 추이를 살펴보면 다른 변수들을 최대한 제거한 채로 지지율 흐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손재호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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