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톱에 검거나 진한 갈색의 줄무늬가 세로 방향(손·발톱이 자라는 쪽)으로 길게 생겨 점차 넓어지고 변형이나 궤양이 동반된다면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손·발톱 끝 부분 살에 암이 침범하면 생존율이 3분의 1로 뚝 떨어지는 등 예후가 매우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피부암 협진센터(성형외과, 피부과)는 ‘손·발톱 밑 흑색종의 암 진행 양상과 예후’ 분석 논문을 최근 미국피부과학회지(JAAD)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1~2019년 손·발톱 밑 흑색종으로 수술한 환자 44명을 대상으로 암이 침범한 위치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눴다. 하조피(손·발톱 끝과 살이 붙은 곳), 조상(손·발톱을 받치는 바닥), 조모(손·발톱이 만들어지는 곳), 근위 주름 천장과 바닥(살이 손·발톱을 잡고 있는 부위) 등이다. 이 중 하조피에 암이 침범한 환자는 림프절 및 원격 전이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왔다. 하조피 침윤이 있는 경우 5년 생존율은 75%에서 25%로 크게 감소했다.
논문 제1저자인 유효경 성형외과 전임의는 26일 “가려움증이나 통증 같은 증상이 없고 단순히 손·발톱 변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색소 침착 등 다른 피부질환으로 오진되거나 적절한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흑색종이 국소적으로 발생하면 광범위 절제술로 치료하는데, 이 경우 5년 생존율은 98% 이상으로 높다. 하지만 림프절로 전이되면 생존율은 65%로 줄고 멀리있는 장기까지 퍼지면 25%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유 전임의는 “암이 피부(진피) 깊숙이 파고들수록 전이 가능성이 높고 특히 손·발톱 끝 밑 부분에 암이 침범되면 뼈나 간 폐 뇌 등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하조피 외 부위에 침윤이 있을 경우엔 5년 생존율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의료진은 손·발톱 흑색종 환자 진료 시 하조피 침윤 여부를 보다 면밀히 살피고 치료 시 절제 범위를 더 넓히는 등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김병준 성형외과 교수는 “모든 손·발톱에 발생할 수 있으나 특히 엄지 손·발톱에 생기는 병변은 악성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엄지에 3㎜ 이상의 검정색 띠 모양의 병변이 생겨서 색이 진해지고 점차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을 보이거나 손·발톱에 국한하지 않고 주변 살점으로 퍼지는 경우,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면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선 매년 3000여명의 악성 흑색종이 진단되는데, 이 중 70% 이상이 손·발톱 혹은 손·발바닥에서 발생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