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다”만 4번… 2주간 4단계, 결단 내리기엔 짧았다

입력 2021-07-23 00:05
지난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다음 주부터 적용될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를 23일 발표한다. 4단계 유지 가능성이 높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유행 추이나 기존 조치 효과를 정확히 판단하기 전에 새로 판단을 내리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2일 “23일 오전 11시 브리핑을 통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거리두기 수위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중대본 2차장)이 주재하는 중대본 회의를 통해 결정되며 오는 26일부터 적용된다.

일단 무게가 실리는 쪽은 방역 유지론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청해부대원을 포함해 1842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열린) 생활방역위원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며 “전반적으로는 현재 거리두기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4단계 연장과 더불어 비수도권 지역에 일괄적으로 3단계를 발령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전북이나 경북 등은 1단계 상황으로, 권역별 편차가 큰 탓이다. 중대본은 23일 회의에선 비수도권 방역 조정을 다루지 않을 방침이다.

‘4단계-α’ 등 완화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손 반장은 이날 열린 비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중심 지역인 수도권의 유행을 판단하기 미묘한 상황”이라며 “증가세인지 정체, 감소세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날 손 반장의 입에선 “미묘하다”는 표현이 네 차례나 나오기도 했다.

실제 연일 최다치를 경신 중인 신규 확진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한정으로 유행 확산 속도는 소폭 둔화된 것처럼 보인다.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닷새 동안 하루 평균 953명의 국내 발생 확진자가 수도권에서 나왔다. 직전 주 같은 기간엔 961.8명이었다. 단 지난 며칠의 확진자 발생 양상으로 수도권 유행이 한풀 꺾였다고 속단할 순 없다.

반면 비수도권 확산세는 여전하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중 비수도권 확진자의 비중은 35.6%까지 올라 닷새 연속 30%를 넘겼다. 이날 기준으로 최근 2주간 보고된 전국 확진자 중 30%의 감염 경로가 미상이다. 사우나와 운동시설, 직장,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4단계 시행 기간을 2주로 설정한 대목이 자충수로 작용할 것이란 몇몇 전문가의 예측은 현실이 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짧고 굵은 4단계’를 다짐했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