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델타형(인도) 변이 바이러스에 걸려 숨진 환자 비율이 전체 코로나19 누적 사망률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과 중증화 가능성이 모두 높음에도 백신 접종으로 위험을 크게 줄인 결과 등으로 분석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치명률이 1.12%라고 밝혔다. 확진자 1000명 가운데 11명꼴로 숨졌다는 의미다. 반면 지난 20일 기준 델타형 변이 누적 확진자 1741명 중에선 2명이 숨져 0.11%의 치명률을 기록했다. 1000명당 1명꼴이다. 델타형 변이는 지난해 말 인도에서 처음 발견돼 현재 전 세계 124개국에 퍼져 있다.
1차 접종률이 50%를 넘긴 국가에서조차 델타형 변이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해당 변이의 전파력이 매섭지만 치명률은 그만큼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대본은 지난달 “델타 변이가 영국형인 알파 변이보다 1.6배 정도 전파력이 높고, 입원율은 2.26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고 밝힌 바 있다. 변이 전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3.2배나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델타형 변이 감염자의 사망률이 직접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든다는 경향은 아직 보고된 바 없다.
국내에서 델타형 변이 치명률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유독 낮게 나타난 것은 예방접종이 본격화되기 전 델타형 변이의 유입을 최대한 지연시킨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감염 사례 중 델타형 변이 검출률은 지난 11∼17일 기준 33.9%로 전주보다 10.6% 포인트 늘었다. 6월 셋째주부터 주 단위로 2.5%→3.3%→9.9%→23.3%를 기록했고 7월 들어 급증세다. 반면 지난 5월 16∼22일 기준 검출률은 0.55%에 불과했다.
그동안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등 사망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은 우선적으로 백신을 맞았다. 결과적으로 델타형 변이가 국내에서 세를 불리기 시작한 지난달 이미 코로나19 자체의 치명률은 0.24%까지 떨어졌다. 배경택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예방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 (델타형 변이) 발생률과 비례해 치명률이 증가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예방접종이 완료된 경우 질병 예방효과와 사망 예방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도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 효과 관련 데이터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뛰어난 사망 예방효과가 있다는 일관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방대본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42만10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델타형 변이 예방 효과가 72%로 확인됐다. 알파, 베타(남아프리카공화국)·감마(브라질) 변이에 대한 효과는 각각 83%, 77%로 더 높았다. 델타형 변이에 대한 입원 및 사망 예방효과는 96%나 됐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규 1차 접종자는 13만9214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은 32.3%로 소폭 상승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모더나와 직접계약한 백신 29만회(14만5000명)분을 국내로 들여왔다. 직계약 물량 4000만회분 중 일부로, 지금껏 총 115만2000회분의 모더나 백신이 도입됐다. 전날에는 이스라엘 정부와 맺은 ‘백신 교환’ 협약을 통해 화이자 백신 8만1000회분도 추가로 들어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