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정교사 연수 대상자인 A씨는 지난 14일 학교로부터 ‘마약 검사를 실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학교 측은 1주일 안에 검사지를 제출하라고 했다. A씨는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다. 결과가 당일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해 업무를 제쳐두고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교사에 대한 마약 검사가 시행에 들어갔지만 현장에선 준비 부족에 따른 혼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각 교육청에 ‘마약 검사 결과지(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 여부를 확인하는 TBPE 검사결과지)를 1급 정교사 승급에 차질이 없도록 제출해달라’고 통지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마약 검사 도입 전 교원단체들이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모욕적 처사”라며 반발했지만 마약 투약 교사가 교단에 서는 일을 방지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가 더 설득력을 얻으며 그대로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학교에서는 이달 초 교사들에게 2~3주 내로 마약 검사 결과지를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서울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미 연수가 시작돼 연수 도중 마약 검사를 받게 했다. 검사 대상자는 1급 교원으로 승급하려는 현직 교사, 2급 교원이 되려는 예비 교사(교대, 사범대생 등)다. 2급 연수 당시 마약 검사를 받았어도 1급으로 승급하려면 또 한 번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안내한 의료기관 목록과 실제 검사가 가능한 의료기관 간 차이가 발생하는 등 현장에서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부와 연계된 곳에서만 마약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마약 검사를 꺼리는 의료기관이 많아 검사 가능한 곳을 수소문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촉박한 제출 기한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교사 B씨는 “마약 검사를 받으려면 업무 시간에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하는데 제출 기한이 촉박해 일정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약 검사를 위한 공가(병가 이외의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허가하는 휴가)는 불가능하다고 통지했다가 뒤늦게 방침을 변경한 학교도 있었다.
어렵게 일정을 조율해 병원을 찾아도 해당 검사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초 마약 검사 비용이 7000~2만원 사이로 안내됐지만 마약 검사만 받을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내고 패키지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교사 C씨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B형 검사, 장티푸스 검사 등과 함께 마약 검사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비용은 교사가 부담한다. 불만이 나오자 교육부는 1급 정교사 연수자에 대한 검사비 지원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마약 검사를 두 번 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기교사노조 등 교사노조는 “실제 약물을 다루는 의사나 간호사도 최초 자격 취득 때만 결과지를 제출하는데 약물을 다루지 않는 교사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