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의 한 대형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A씨는 점심을 먹은 후 백화점 구석에 있는 직원용 엘리베이터 옆 비상용 계단으로 향했다. 환기도 되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나고 습한 계단 한편에 그대로 쪼그려 앉은 A씨는 잠시 휴대전화를 하다 몸을 웅크린 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조치에 따라 백화점 층마다 있었던 직원용 휴게실이 폐쇄되자 고객의 눈을 피해 쉴 곳을 찾다 보니 A씨가 갈 수 있는 곳은 비상용 계단뿐이었다.
그나마 비상용 계단은 나은 편이다. 하지만 다른 직원이 먼저 계단에서 쉬는 날이면 A씨는 할 수 없이 탈의실로 가거나 땡볕 더위를 감수하며 백화점 주변을 서성인다고 했다. A씨는 22일 “휴게실이 폐쇄된 지난해 9월 이후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발을 뻗고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식당이나 카페를 찾아 쉴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모여 있는 곳은 감염 우려가 높아 꺼린다고 한다. 서울시내 다른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B씨도 “그나마 나는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창고가 매장 안에 있어 번갈아 가며 쉴 수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창고 공간이 없는 매장 직원들은 매일같이 쉴 곳을 찾아 헤매거나 아예 휴식을 포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휴게실이 폐쇄되면서 다중이용시설 노동자들의 휴식 시간도 위협받고 있다. 휴게실 대신 비상용 계단이나 탈의실, 창고같이 소독 등의 방역조치가 미흡하게 이뤄지는 ‘3밀’(밀집·밀접·밀폐) 공간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1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휴게공간 폐쇄로 인해 공용식당이나 창고에서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다 집단감염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부 대형 백화점의 경우 최근 20명 정원의 휴게실에 6명만 입장시키는 식으로 직원 휴게실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체 2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쉬기엔 부족해 다른 장소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방역 당국이 무작정 휴게공간 폐쇄 대신 노동자의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이 감염에 취약한 환경에 있을수록 고객들의 안전도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