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재원으로 거론되는 ‘데이터세’ 국내 도입 가능할까

입력 2021-07-23 04:03

내년 대선을 둘러싼 최대 화두인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식 중 하나로 ‘데이터세’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세를 재원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인터넷 상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활용해 사업화하는 모든 기업에 세금을 물리자는 아이디어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제품을 생산·서비스하는 수많은 국내외 기업이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만한 지속가능한 신규 재원이 될 가능성 자체는 충분하다.

다만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에 데이터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과 통상 갈등을 겪을 소지가 높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세부담을 전가할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과세당국은 도입 효과와 후폭풍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데이터세의 원리는 이렇다. 인터넷 상에 퍼져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일종의 ‘원자재’로 보고 이를 ‘소비’하는 기업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개념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디지털세나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서비스세(DTS)와는 방식이 다르다.

데이터세는 ICT 기업이 개인이 생산한 데이터를 활용하며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 서비스는 사용자인 운전자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화한 경로를 산출해낸다.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전송된 위치 정보를 취합해 어떤 길이 막히는 지 등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원재료 격인 운전자 개개인의 데이터 사용에 대해 기업이 지불하는 별도 비용은 없다. 이를 데이터세 과세로 국가가 대신 거둬들여 전 국민에게 분배하겠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규모의 재원이 마련될 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적지 않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이 도입한 DTS가 비교 사례가 될 수 있다. 스페인은 지난 1월 글로벌·국내 매출액이 각각 7억500만 유로(약 1조160억원), 300만 유로(약 41억원)인 기업에 대해 DTS를 부과하기로 했다. 3%의 세율을 적용해 연간 10억 유로(약 1조3547억원)의 추가 세수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재원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하지만 도입 추진 시 험로가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다. 데이터세는 DTS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모든 ICT 기업을 겨냥한다. 구글 등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 경우 DTS 도입으로 미국과 통상 마찰을 겪었던 유럽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 미국은 DTS를 도입한 국가에 전가의 보도인 ‘슈퍼 301조’를 적용해 고율에 관세를 부과했다.

소비자 비용 전가도 우려된다. 현재 데이터 이용료 정도만 받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나 카카오톡 등이 데이터세 도입 이후 전면 유료화 할 수 있다. 세정당국 관계자는 22일 “신규 세원을 마련할 때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