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파장이 서울시 요식업 매출을 단 1년 만에 6년 전 수준으로 후퇴시켰다. 서울 강남과 홍대, 신촌 등 주요 상권은 최대 3분의 1까지 매출이 폭삭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 종료 후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60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가 신한카드로부터 2011년부터 10년간 서울 주요 상권 자영업자의 매출액 빅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결과 요식업 매출은 2019년 5조3042억원에서 지난해 4조3569억원으로 17.9% 감소했다. 요식업은 2011년 3조3019억원에서 2014년 4조3514억원으로 늘어나며 첫 4조원 시대를 열었다. 3년 만인 2017년 5조726억원으로 5조원 고지도 넘어섰지만 코로나19 발발 1년 만에 6년 전 수준으로 급락했다.
강남역, 홍대, 신촌 등 ‘핫플레이스’도 직격탄을 맞았다. 강남역 일대 요식업 매출은 2019년 1629억원에서 지난해 1200억원으로 26.3% 줄어들었다. 이는 2012년 매출(122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홍대 상권의 경우 1371억원에서 921억원으로 32.8% 급감했다. 대학생 수요가 많은 신촌 상권도 539억원에서 348억원으로 35.4%나 줄었다. 홍대는 2012년(943억원) 수준의 매출에 불과하고, 신촌은 10년래 찾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매출이 주저앉았다.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등 일대 대학들이 지난해 일제히 비대면 수업에 들어가면서 핵심 고객층이 이탈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 들어 매출액 감소는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이미 올 1분기 서울 요식업 매출액은 8956억원으로 지난해 매출(4조3569억원)의 20.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이어진 3차 대유행이 영향을 끼친 탓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4차 대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심각한 매출 타격이 예고되고 있다.
고장수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22일 “지난겨울 웬만한 업종에 집합제한을 걸면서 11월 13일 이후 완전히 매출이 폭락했다가 이제 조금 올라오는 수준이었다”며 “지난 1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느 정도 풀어준다고 해 기대했는데 반대로 격상되면서 지난겨울 만큼 다시 매출이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분위로 보면 3분위가 가장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1분위(하위 20%)에 속하는 비율이 제일 높다”며 “자영업자가 너무 많고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건 알지만 정책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 자금처럼 자영업 구조조정 또는 경쟁력 강화 기금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충분한 정보 제공, 금융 지원을 통해 전업과 전직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준구 조민아 김지훈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