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1억 올랐다는 아파트, 알고 보니 ‘자전거래’

입력 2021-07-23 04:04

지방에 있는 공인중개사 A씨는 지난해 6월 시세 2억4000만원이던 자신의 처제 명의 아파트를 딸 명의로 3억1500만원에 매수했다고 신고했다. A씨는 석 달 뒤인 9월 이 거래에 대해 해제 신고를 한 뒤 11월에 다시 아들 명의로 이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신고했다. A씨는 한 달 뒤 이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제3자에게 중개해 거래를 성사시킨 뒤 아들 명의의 종전 거래 신고를 해제했다.

또 다른 지방의 공인중개사 보조원 B씨는 지난해 9월 시세 5000만원이었던 아파트를 7950만원에 본인 명의로 거래 신고했다. 곧이어 제3자에게 이 아파트를 7950만원으로 거래하게끔 중개하고 한 달 뒤 본인 명의의 거래는 해제 신고했다.

이처럼 아파트 시세를 높이려고 일부러 자전거래와 허위신고를 일삼은 공인중개사들이 당국에 적발됐다. 부동산 거래신고는 거래 후 30일 이내 하게 돼 있지만, 등기 이전은 잔금 후 60일 이내에만 하면 되는 규정상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은 지난 2월말부터 진행해온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2~12월 이뤄진 71만여 건의 아파트 거래 등기부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거래신고는 있었지만 잔금지급일 후 60일 이내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을 하지 않은 거래 2420건을 적발했다. 2420건은 허위 신고, 또는 계약 해제 후 해제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등기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모두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정부는 아울러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내 아파트 거래를 분석, 특정인이 반복해 신고가(기존 가격을 뛰어넘는 가격의 신규 거래)’ 거래에 참여하고 해제한 821건을 포착했다. 계약서 존재나 계약금 수수 여부 확인 등을 통해 총 69건의 법령 위반 의심 사례를 발견했고, 이 중 12건이 자전거래와 허위신고 의심 거래였다고 정부는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진거래와 허위신고는 서울,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주로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자전거래 같은 시세 교란 행위가 전체적인 집값 상승 배경으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전거래를 통한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는 전체 아파트 거래의 0.01%도 안 된다. 이런 편법만 단속한다고 시장 안정이 저절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