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일본 도쿄 고토구 메인프레스센터(MPC)를 왕래하는 각국 취재진의 발길도 분주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부분의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취재진은 사실상 비체육인 신분으로는 유일하게 장내를 지키게 된다. 일본 정부는 MPC에 자위대를 배치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MPC 입장 절차는 검역, 신원 확인, 소지품 검사의 세 단계로 나뉜다. 미디어 전용 버스에서 하차한 취재진은 일제히 체온을 측정하는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간다. 이곳을 통과하면 출입로마다 배치된 전자기기에 자신의 AD카드(출입증) 속 바코드를 인식시킨 뒤 마스크를 내린 얼굴 사진을 촬영한다. 전자기기 1개마다 자원봉사자가 1명씩 배치돼 안내와 신원 확인을 돕는다.
마지막 단계인 소지품 검사에선 다소 긴장감이 감돈다. 공항 검색대처럼 가방을 엑스레이 검사 장비로 통과시켜 내용물을 확인하는 과정을 자위대가 전담하고 있다. 자위대원은 검색대 1곳마다 4명씩 배치돼 안내, 물품 이동, 엑스레이 확인, 경계로 업무를 분담했다. 자위대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의 치안 유지를 위해 1945년 창설된 조직으로 정식 군은 아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마다 개최국에서 군·경을 동원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의 경우 경찰관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자위대원이 MPC로 배치됐다. 자위대는 MPC와 국제방송센터(IBC)를 포함한 올림픽 시설 곳곳에 배치돼 경비 업무도 수행한다. MPC 안에는 자위대원과 별도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순찰하는 보안요원도 볼 수 있다.
지난주까지 한산했던 MPC는 이제 사흘의 자가격리를 해제하고 업무를 시작한 취재진으로 가득 채워졌다. MPC 서관 1층 업무 공간에 마련된 500개 이상의 기자석은 대부분 자리의 주인을 찾았다. 저마다 다른 국적의 기자들은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로 자리를 구분한 탁자에서 마스크를 쓰고 기사를 작성하다가도 틈틈이 짧은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사진을 촬영하며 긴장을 풀었다.
선수촌 못지않게 여러 국가에서 온 많은 수의 인원이 집결하는 MPC는 도쿄올림픽 기간 중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내재한 곳이다. 이로 인해 MPC 식당, 카페, 흡연공간 일부는 입장 인원이 제한됐다. MPC 외부에 마련된 흡연구역의 경우 입장 인원이 6명으로 통제돼 길게 늘어선 줄이 줄지 않는다. 안내문을 보지 못하고 흡연구역으로 들어가는 언론인을 다른 국가 언론인이 막는 풍경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도쿄=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