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실적이 극명하게 갈렸던 국내 완성차 업계의 빈부격차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조짐이다. 업계 선두인 현대자동차 노사만 유일하게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 잠정 합의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기아와 한국지엠(GM), 르노삼성자동차에는 여전히 파업 전운이 드리운 상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 노조는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제17차 임단협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에는 정년연장이 빠지는 대신 급여 인상과 직원 복지 향상 조항이 주로 담겼다.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 예방 격려금 230만원 등이다.
노사는 미래차 전환 시기 직원 고용 안정을 위한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도 맺었다. 국내 공장·연구소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고 부품 협력사와 상생을 실천하겠다는 취지다. 노조는 오는 27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다만 역대 최대 실적 대비 부족한 성과 보상을 두고 나오는 내부 불만은 여전히 변수다. 특히 고용 안정에 방점을 둔 잠정합의안은 새 목소리로 떠오른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 직원들에게 환영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아와 한국GM, 르노삼성차는 여전히 노사 간 견해 차이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전날 열린 8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정년연장(최대 만 65세), 노동시간 주 35시간으로 단축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별도 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해 이날부터 생산직 전반조와 후반조가 각각 2시간씩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국내 공장 생산계획 연장과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월 기본급 2만6000원 인상과 일시·격려금 400만원 지급을 제시하면서 여건상 생산계획 연장 확약도 힘들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22일부터 재교섭에 나선다. 사측은 지난 4월 진행된 9차 본교섭에서 2년치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격려금 500만원 지급, 순환 휴직자 290여 명 복직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쌍용차는 유력 인수 후보인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기존 인수 작업이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는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쌍용차에 따르면 듀크 헤일 HAAH오토모티브 회장은 쌍용차와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최근 ‘카디널 원 모터스’라는 회사를 새로 설립했다고 한다. 그는 앞서 보도된 HAAH오토모티브 파산 신청과 관련해선 “중국 사업만 정리한다는 뜻이지 투자자 그룹은 여전히 쌍용차 인수 계획을 지지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