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2심 선고 8개월 만에 ‘댓글 조작’ 재확인

입력 2021-07-22 04:03 수정 2021-07-22 04:03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경남 창원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반차를 내고 관사에 머무를 예정이었으나 취소하고 출근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21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징역 2년형을 확정하면서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대선 후보 최측근이 인터넷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실체 있는 사실로 굳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2018년 1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매크로 조작’ 의혹이 표면화한 지 3년6개월여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결론이 맺어진 점, 구속 사건이 아님에도 비교적 빠른 8개월 만에 상고심이 마무리된 점은 애초부터 김 지사의 유죄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김 지사 측이 한사코 부인해 온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공모를 최종적으로 인정했다. 김 지사와 김씨 간에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고, 김 지사에게 ‘기능적 행위지배’도 있었다고 대법원은 못 박았다. 김 지사의 행동이 김씨의 범행을 제지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보조적인 위치에 머문 게 아니라 공범으로서 범행에 가담했다는 판단이다.

김 지사 측은 상고심에서 김씨가 ‘킹크랩’ 시연을 준비만 하고 실행하지 않았을 가능성까지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가 사용·관리하던 ID의 범위가 뚜렷한 근거 없이 확장됐다는 주장,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리한 이른바 ‘역작업’도 있었던 만큼 범죄일람표 범행 내역이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인정받지 못했다. 대법원은 김 지사의 모든 상고 이유에 대해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오히려 허익범 특별검사 쪽의 공직선거법 무죄 관련 상고 이유를 비중 있게 검토했다. 2심은 김 지사가 김씨 측에 센다이총영사 추천 의사를 전할 때 2018년 6·13 지방선거에 나갈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무죄라고 판단했었다. 특검은 이에 상고하며 “특정 후보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상정할 수 없는 기간에 선거운동 관련 이익 제공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은 이익을 우회적으로 제공하는 길을 열어준다”고 비판했었다.

대법원도 이날 “이익의 제공 등을 할 당시 반드시 특정 후보자가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지는 않았다. 2심의 무죄 판단 근거 중에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뤄졌다는 증거는 부족하다”는 것도 있었는데, 이는 유효하다는 얘기였다. 결국 과정의 오류는 있을지언정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결론이 틀리진 않았다는 의미다.

법조계는 선고 이전부터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수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지 않고 소부에서 선고된다는 소식은 “대법관 4인 간에 이견이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다른 정치적 사건들에 비해 상고심 기간이 8개월로 짧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선고 이후 일부 여권 인사들이 대법원을 비난했지만 법조계에선 “관여 대법관은 모두 문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