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90%가 확진… 첫 증상부터 장관 보고까지 2주 걸렸다

입력 2021-07-22 04:03 수정 2021-07-22 04:03
20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문무대왕함 장병들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파병 중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에서 21일 승조원 301명 중 확진자 수가 270명으로 늘어 승조원의 90%가 감염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방역 골든타임을 놓친 군내 최대 감염 사태를 두고 파병부대 지휘·관리 책임이 있는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 합참은 문무대왕함 내 최초 코로나19 증상자가 나온 지 8일 뒤에야 상황을 인지했고, 약 2주가 지나서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와 합참이 국회에 보고한 ‘청해부대 34진 긴급복귀 경과 및 향후 대책’ 자료에 따르면 문무대왕함에선 지난 2일 처음 감기 증상자가 발생했다. 전날까지 기항지에서 외부와 접촉이 있었던 만큼 코로나19를 의심했어야 하지만 부대는 단순 감기로 자체 결론을 내렸다. 함내 증상자가 100여명까지 불어난 지난 10일에야 합참에 유선 보고가 이뤄졌다. 이때 합참 역시 단순감기라는 부대 보고에 의존해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이 함내 유증상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국방부·합참 통합상황관리 태스크포스(TF)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2명이 확진된 14일에야 가동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은 그 다음 날 승조원 전원에 PCR 검사 시행을 지시했다. 군 안팎에선 파병부대의 안이함과 부대 이상 유무를 수시 점검해야 할 합참이 사태를 열흘 가까이 방치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청해부대 장병들이 20일 오후 격리·치료 시설로 이송 중인 버스 안에서 경기 성남 서울공항 정문에 모인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합참은 지난 2월 출항한 문무대왕함이 5개월여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주한미군이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카투사 장병과 한국인 직원에게도 백신 접종을 한 사례를 볼 때 미군 측에 협조를 적극 요청했다면 청해부대원 접종에 이를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청해부대 파병에 미국 측 요구가 작용한 만큼 협조 명분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집단감염 사태는 책임 공방 국면에 진입했다. 문무대왕함이 출항한 지난 2월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출시됐음에도 이를 챙겨가지 않은 해군과 원격진료로 함내 군의관에게 코로나19 가능성을 낮게 진단한 국군의무사령부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문무대왕함 장병 전원에 대한 PCR 검사 결과 신규 확진자가 23명 발생해 누적 확진자는 27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PCR 검사를 실시했을 때 확진자는 247명이었다. 문무대왕함은 9월 중순 진해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