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청소년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교 수업에 답답해하지만 어떤 아이들에겐 원격수업 기술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바로 난민 아동이다. 함기훈 한국아트미션 대표와 김희진씨는 시리아 난민 아동을 위해 비대면 디지털 교육 자료를 개발 중이다. 다음 달 11일까지 개발비용을 모금한다.
함 대표와 김씨가 서로를 만나 의기투합한 건 지난 3월, 이전까지 이들은 각자 부르심을 받아 난민을 섬기는 일을 해왔다. 함 대표는 2015년 한국아트미션을 세우고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선교활동을 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시리아를 방문해 미술 교육, 콘서트 등을 진행했다.
함 대표는 21일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전쟁의 상처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곪던 아이들이 미술 수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치유해가는 모습을 보니 은혜로웠다”며 “다만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멀리서 아이들을 관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으로도 미술 수업을 이어갈 수 있는 교육영상 제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밀알복지재단에서 근무한 김씨는 2017년부터 지난 3월까지 시리아에서 난민 아동을 지원했다. ‘최대한 난민촌에 학교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는 현지에서 코로나를 겪으면서 비전에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감염병 이후 교육환경이 비대면으로 옮겨지는 것을 보며 이를 난민 교육에 적용해야겠다는 발상이 떠오른 것이다. 김씨는 “범죄율을 낮추고 난민의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유엔 등에서 난민촌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휴대전화나 작은 TV를 구호 물품으로 제공한다”며 “교육 콘텐츠만 잘 만들어 보급한다면 난민들도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이들은 디지털 교육 자료를 만드는 사업을 서둘러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전주교대의 한 교수가 우간다 난민 아동을 위해 마찬가지로 영상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함 대표는 “교수님께서는 비신자지만 제자들과 함께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갔다가 난민촌의 참상을 알게 돼 한국 교육자로서 도울 방법을 찾고 계셨다”며 “교수님과 뜻이 있는 교사들도 우리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하나님께서 이 길로 인도하시는 게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체리 희망 나눔 플랫폼’에서 ‘학교가 없는 곳에서도 난민 아동들이 공부할 수 있어요’라는 제목으로 모금을 진행 중이다. 9월부터 영어교육 영상을 만들고 12월에 레바논 내 난민교육 센터에 자료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후 아랍어 수학 과학 교육영상도 차례로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김씨는 “학교와 교사가 없어도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움직이는 학교를 만드는 게 장기 계획”이라며 “전쟁이 끝나고 아이들이 자국에 돌아갔을 때, 배운 게 없어 도태되는 세대가 되는 게 아니라 성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 대표는 교계가 난민 아동 지원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 국가이자 사회주의 국가인 시리아에선 원래 복음의 기회가 적었지만 내전 이후 난민들이 레바논 터키로 나오면서 선교 지원단체 등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나고 있다”며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히려 이걸 선으로 바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라는 게 그분의 뜻”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