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경수 ‘여론조작’ 유죄… 이런 선거공작 다신 없어야

입력 2021-07-22 04:01 수정 2021-07-22 04:01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김 지사는 거듭 무죄를 주장했지만 1, 2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여론조작 혐의(업무방해)가 인정되면서 결백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졌다. 사조직을 동원한 댓글 여론조작은 저급한 정치 공작이자 민의를 왜곡하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다른 사람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대선 때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이어 2017년 대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여론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일당에게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결론났다. 이에 따라 김 지사는 당선 무효와 함께 도지사직을 잃게 됐다. 이 사건은 ‘드루킹’ 김동원씨(징역 3년 확정)와 그 일당이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도록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돌려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과 추천 수를 조작한 일이다. 김 지사는 대선 기간 김씨를 10여 차례 만나며 킹크랩 시연에 참석하는 등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아 왔다. 김 지사 측은 상고심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이번 사건은 2017년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4년4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판결 뒤 야권이 19대 대선의 공정성 문제를 시비 걸고 나섰는데 여권이 자초한 셈이다. 두루킹과의 범죄 공모가 있었던 당시 김 지사가 대선 후보 수행실장이었던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수천만 유권자가 참여하는 대선에서 댓글 조작만으로 승패가 갈라지기는 어려운 만큼 이번 판결을 문재인정부의 정통성 문제로까지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 주자들도 이번 판결을 과도하게 정치 쟁점화하는 걸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보혁 대결 구도가 심화될 조짐인데, 이 일로 자칫 국민 분열이 가중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