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난 주범인 임대차법이 주거 안정성 높였다는 정부

입력 2021-07-22 04:03 수정 2021-07-22 04:03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으로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제고됐다”고 자랑한 것은 실소를 자아낸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난이 가중된 현실은 외면하면서 문제투성이 정책을 어떻게든 성공적인 것으로 포장하려는 애처로운 몸짓 같아서다. 홍 부총리는 21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아파트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임대차 3법 시행 후 임대차 갱신율이 늘고, 계약갱신 시 임대료 인상이 제한된 것을 ‘제도 시행의 혜택’이라고 했다. 그건 혜택이 아니라 법으로 강제한 대로 나온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말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전셋집에 2년 더 살게 된 임차인들을 가리킨 말일 텐데, 2년 뒤엔 임대료가 크게 오를 게 뻔하므로 이들에겐 가격 폭탄이 잠시 유예됐을 뿐이다.

홍 부총리는 “신규 계약의 경우 일부 가격 불안도 있었다” “계약 과정의 일부 불확실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전셋값 급등,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 확산을 일시적이고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한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 2법(전월세신고제 제외)이 시행된 지난해 7월 대비 16.69% 올랐다. 계약갱신이 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가격이 뛰었다. 집주인들은 새로 전세를 낼 때 향후 4년간 못 올리는 것을 감안해 임대료를 대폭 올려 받고 있다. 이 같은 서울의 전세난은 하반기에도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 3법이 오히려 전세난을 키웠다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정책의 폐단을 없애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견강부회식 정책 홍보에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