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살인, 강도, 강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하고, 범죄경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보훈급여금 등을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 등록된 보훈대상자 183명에게 지급된 급여만 118억여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보훈처 정기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로 신규 등록 신청이 접수되면 이들의 범죄경력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살인, 강도죄 등 중대범죄로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경우는 보훈 관계법령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훈처는 그러나 이런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보훈처는 관할경찰서로부터 중대범죄 사실을 통보받은 15명에 대해 판결문을 확인하지 않고 보훈대상자로 그대로 등록했고, 이들에게 21억여원을 지급했다. 살인죄로 징역 10년, 강간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도 보훈급여금 등을 지급받은 사례들이 확인됐다.
법원 판결문에 법 적용 배제 대상임이 적시돼 있는데도 보훈처는 이들의 등록 신청을 그대로 받아줬다. 살인미수죄로 징역 2년이 확정된 사람의 등록 신청을 거부하지 않는 등 총 7명에게 6억여원이 부당지급됐다.
보훈처는 이미 등록된 보훈대상자에 대해서도 범죄경력을 연 3~4회 주기적으로 조회하고, 보훈대상자가 되기 이전의 범죄경력도 조회해 중대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법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보훈처는 2012~2019년 등록된 보훈대상자에 대해 최근 1년 이내 범죄경력만 조회하는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보훈대상자 등록 전후로 살인 강도 강간 성추행 등의 중대범죄가 확정된 161명에게 91억여원이 지급됐다.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는데도 참전유공자 자격으로 수당을 지급받은 경우도 있었다. 보훈처는 파병명령이 취소돼 월남전쟁에 참전하지 않았음에도 참전유공자 등록을 신청한 5명에 대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참전명예수당 등으로 1억3800만여원을 부당지원했다.
감사원은 부당등록된 보훈대상자에 대한 법 적용을 배제하고 등록을 전후해 범죄경력 조회를 명확히 하라고 보훈처장에게 주의요구 조치했다. 보훈처는 감사 결과를 이견 없이 수용하고, 이번 감사에서 중대범죄자임이 확인된 보훈대상자는 법 적용 배제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