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치매에 걸리셨습니다

입력 2021-07-23 17:57

오늘 말씀을 준비하면서 저는 확실히 치매 증상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습니다. 지난주 제가 전한 말씀이 명확하게 생각나지 않는 겁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합니다. 일부러 못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공부가 약한 아이들에게는 특징이 있습니다. 금세 잊어버리고 까먹습니다. 그런 자신을 자책합니다. 자기는 공부 머리가 없다고 말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도와주려고 상담하다 보면 공통된 습관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한 번 학습한 것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람의 기억은 하루가 지나면 들은 것의 30%는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틀이 지나면 절반밖에 기억나지 않습니다. 3일이 지나면 약 20~30%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일주일 뒤에는 거의 기억되는 게 없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잊어버리는 그 시점 정도에 다시 복습하게 하는 겁니다. 이때 복습의 방법이 중요합니다. 그냥 암기하거나 책만 쭉 훑어보게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자기 생각으로 설명하게 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설명하게 합니다. 말과 글로 마치 앞에 누군가 있다는 가정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게 될까요. 아이들은 배운 지식에 대해 툭 치면 툭 하고 나올 정도가 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을 꽤 어색해 했습니다. 자신이 배운 내용을 후배들에게 직접 가르치고, 어떤 아이는 혼자 있는데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하듯 설명을 합니다. 그게 잘되지 않는 아이는 작은 인형을 앞에 두고 그 인형에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듣기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설명해보고 실행해보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억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배운 것을 예전과 다르게 거의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아주 놀라워합니다.

우리는 매주 한 번 주일 예배를 통해 말씀을 듣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말씀을 듣습니다. 하지만 한켠에 남아있는 개운하지 않음은 그 말씀들을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말씀이 자연스럽게 기억나기를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이렇게 해봅시다. 들은 말씀을 설명해보는 겁니다. 성경 말씀은 일반 지식과는 다릅니다. 말씀에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말씀의 특징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교훈과 책망의 실제적인 교육을 삶에서 이룹니다. 살아있어서 생명이 진정한 생명이 되게 합니다. 말씀은 삶에서 생명의 확장성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말씀은 삶에서 그 가치를 드러냅니다.

그러니까 들은 말씀을 기억하기 위해 설명한다는 것은 입술로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으로 이해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대로 사는 것입니다.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날 말씀을 들었으면 나의 삶으로 설명해보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설교를 많이 하고 말씀을 많이 안다고 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됩니다. 자칫 영적 치매 환자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시작되지만 완성되는 곳은 우리들의 삶의 현장입니다.

바라기는 오늘 서로 나누는 이 말씀이 다음 주에 다시 만나서 예배를 드리는 그때, 한 주간 온몸과 마음으로 생생하게 기억되고 고백 되는 말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사람에게 주어지는 은혜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기억해 주십니다.

김혁 목사(변두리교회)

◇변두리교회는 작은 교회임에도 지역 속에 ‘청춘야채가게’ ‘기독대안학교 허브스쿨’ ‘나자르 카페’를 세워 선교적 교회로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