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경선, 과열되는 네거티브 공방… 퇴로 없는 ‘명낙대전’

입력 2021-07-21 00:02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공방이 퇴로 없는 게임처럼 거칠어지고 있다. 상대가 제기한 의혹은 소모적인 네거티브로 평가절하하면서도 자신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정당한 검증이라 강변하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두 주자 간 공방이 네거티브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책경쟁은 뒤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경유노선이 최종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20일 각각 KBS MBC 라디오에 출연해 본경선 돌입 직후 시작된 신경전을 이어갔다. 따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마치 같은 공간에서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여당 1, 2위 주자가 당내 다른 후보보다 서로를 견제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는 얘기다.

이 전 대표는 경기도 교통연수원 사무처장 진모씨가 소셜미디어에 이 전 대표 비방글을 올린 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이 전 대표는 “선거법을 위반했고 공직자가 해선 안 되는 일을 했으면 법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해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기도가 진씨를 직위해제한 데 대해선 “인사 문제가 아니라, 선거법 위반이냐 아니냐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심각한 네거티브”라고 맞받았다. 그는 “저와 관계도 없는 어디서 댓글을 쓴 걸 가지고 이렇게 하루 이틀씩이나 싸울 일이냐”며 이번 논란이 이 지사 캠프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산하기관 임원의 돌발행동으로 규정했다. 발견 즉시 감사와 중징계를 지시한 만큼 더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 전 대표 캠프를 향해 “인터넷 댓글, 뉴스 댓글을 보면 온갖 허위사실 공작에 조작 댓글이 아주 횡행한다”며 “일부러 물을 흐려서 본인들을 숨기기 위한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방어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권한을 줬는데 일을 했냐, 안 했냐.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느냐. 이런 걸 검증하는 게 진짜 검증”이라며 “또 주어진 권한을 갖고 주변 친인척이나 측근들이 혜택을 보던 사람이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이 전 대표를 향해 4·7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론,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에 측근이 연루됐다는 의혹 등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네거티브는 자기가 먼저 규정을 지어놓고 국민께 그 인상을 지우려는 것 아니겠냐”며 이런 공격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당대표 시절 비판에는 “6개월 반 동안 법안 422개를 처리했다. 거기에는 검찰 개혁도 포함돼 있다”며 “알면서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은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옵티머스사태 연루 의혹에 대해선 “검찰이 한 사람이 목숨을 버릴 만큼 과잉수사를 했었지 않냐. 그 결과가 이미 나와 있고, 수사는 종결된 것으로 안다”고 맞받았다.

두 사람 공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는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네거티브전이 조기 과열되면서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되레 떨어뜨릴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네거티브로 승부하려면 상대를 침몰시킬 정도가 돼야 하는데, 그런 정도의 이야기는 없지 않으냐”며 “결국은 정책, 공약 같은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박재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