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뱅크가 ‘넘버원 금융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리딩뱅크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룡 금융그룹들이 일제히 플랫폼화(化)에 도전장을 내민 만큼 본격적인 경쟁의 막이 오르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고평가 논란을 부른 공모가에 대해선 100% 모바일·비대면 영업 등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되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0일 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전통적인 관점에서 1등 기업 기준이 자산이나 규모였다면 우리가 정의하는 1등의 기준은 ‘더 많은 고객이 더 많이 쓰는 것’”이라며 “1615만명 고객을 바탕으로 1등 리테일뱅크이자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뱅크는 국내 전체 앱 가운데 14번째로 높은 월간 사용자 수(MAU)를 갖고 있다”면서 “이 트래픽을 바탕으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외환, 연금 상품 등을 카카오뱅크 플랫폼과 연계하고 증권계좌, 제휴 신용카드 사업도 확대해 고객 접점을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높은 공모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윤 대표는 “한국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100% 비대면·모바일로 영업하는 인터넷은행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이런 점 때문에 영업이익, 수익성, 성장성 등 모든 측면에서 기존 국내 은행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모바일로만 승부를 보는 만큼 MAU가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금융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수반한다는 의미”라며 “카카오뱅크는 기존 산업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섹터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과의 비교는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희망 공모가 범위를 3만3000~3만9000원으로 설정하고, 비교 대상으로 국내 은행이 아닌 해외 은행·핀테크 기업을 제시해 ‘거품’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중금리 신용대출 확대 요구가 성장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가 설정한 중금리 대출 비중 목표(30%)는 전체 대출이 아닌 개인 신용 대출 부문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전·월세 담보대출, 주담대 등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전체 여신 포트폴리오 확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윤 대표는 일반신용대출과 전·월세 담보대출에 머물러있는 상품 라인업을 주택담보대출, 소호, 오토론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IPO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성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업계 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뱅크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비대면 영업”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시중은행도 인터넷·모바일 역량을 끌어올릴 텐데, 그렇게 되면 카카오뱅크는 혁신기업이 아닌 흔한 은행 중 하나로 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