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해부대 사태,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도 경질하라

입력 2021-07-21 04:01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데 대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승조원 301명 중 82%가 넘는 인원이 확진돼 작전 해역에서 철수하는 사태가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비판을 받아들인다’는 수동형 화법이 아니라 군 통수권자로서 국민 앞에서 제대로 사과했어야 옳다. 군 수뇌부의 안이한 대처로 작전 중이던 부대가 배를 놔두고 전원 퇴각한 건 대한민국 군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남을 일이다. 그만큼 매우 엄중한 사안이고 국민들의 분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통령을 대신한 듯 서욱 국방부 장관이 이날 뒤늦게 “백신 접종에 부족함이 있었다”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사과에 그칠 일이 아니다. 집단감염으로 부대가 조기 철수한 건 창군 이후 및 파병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해외 파병부대 작전 지휘는 합참의장이 책임을 맡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장관이 컨트롤한다. 장관은 물론 군 수뇌부가 줄줄이 책임져야 할 사안인 것이다. 서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실패, 부실급식 논란, 공군 성추행 부사관 사망 사건 등으로 이미 다섯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이 정도면 물러나도 진작에 물러났어야 했다. 속히 거취를 결정해야 할 테다.

군 수뇌부 지휘 책임과 함께 집단감염에 이르게 된 과정과 미흡한 대처에 대한 책임 소재도 가려야 한다. 군은 제약사와의 계약 때문에 애초부터 백신을 국외반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제약사와 협의해 백신을 우리 함정에 보내는 건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지난 2~3월 파병부대 접종에 대해 질병청과 협의를 가졌다는 국방부 주장과 세부 논의가 없었다는 질병청 주장도 맞서고 있다. 양쪽 중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군은 함정에 저온 냉장고가 없어 백신을 보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냉동박스에 넣어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정 안 되면 임무교대 시기를 앞당겨 백신을 조기 접종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런 조치 없이 무방비 상태로 장병들을 방치해둔 꼴이 됐다. 변명할 수 없는 실책이자 인재(人災)다. 장병들이 이날 수송기로 귀국한 만큼 치료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물론, ‘타이레놀 2알’ 처방 등 함정 내 안이한 대응으로 감염이 급속히 확산된 과정 역시 조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