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국 국민이라면 불편해도 감당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도쿄의 아침 출근길은 매우 혼잡해서 불만이 터져 나올 겁니다.”
일본 도쿄도와 지바현에서 ‘올림픽 교통 통제’가 시행된 19일 도쿄의 택시기사는 교통 통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담담하게 이같이 말했지만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간이 곧 매출인 택시기사에게 교통 통제는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다. 이 택시기사는 “올림픽이 개막하면 도쿄의 교통체증이 더 악화될 것”이라 걱정했다.
인구 1400만명의 도시 도쿄는 영국 런던 못지않은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매일 1000명 안팎으로 집계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탓에 최근 도쿄 도심은 비교적 한산하다. 하지만 시부야나 이케부쿠로 같은 번화가에선 여전히 교통체증이 빚어진다. 일본 정부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나흘 앞두고 수도권 일부 구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대회 운영을 원활하게 한다는 취지로 개회식 당일과 폐회식이 열리는 다음 달 8일에는 시부야를 포함한 도쿄 도로 17곳이 완전히 폐쇄된다.
도쿄 도심의 도로 곳곳에서 ‘TOKYO 2020 ONLY’(도쿄올림픽 전용)를 적은 표지판이나 바닥의 안내문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일부 구간에선 붉은색 깃발을 든 안내요원이 삼각뿔을 세우고 진입을 통제한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승인되지 않은 차량이 이 구간으로 진입하면 6000엔(약 6만3000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올림픽 참가자의 편리는 결국 개최국 국민의 불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교통 통제를 시행하면서 도쿄 도내 고가도로 이용료를 1000엔(약 1만500원) 인상했다.
일본 언론은 올림픽 교통 통제 시행 이튿날인 20일 아침부터 수도권 곳곳에서 빚어진 교통체증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공영방송 NHK는 도쿄 도심의 정체 구간과 바로 옆 한산한 차선을 지나는 올림픽 참가자 수송 버스를 나란히 비춰 대조했다. 니케이신문은 “도쿄와 지바를 포함한 수도권 1도 2현에서 올림픽 교통 통제로 인해 ‘당일 배송 택배’가 최장 하루가량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로 일본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올림픽은 교통 통제로 새로운 반발을 촉발할 수 있다.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일본 내 여론은 여전히 과반을 차지한다. 아사히신문이 19일 성인 1444명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은 여론조사에서 개최 반대 의견은 55%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8%는 올림픽 방역 대책에 의문을 제기했고 75%는 무관중에 동의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늘어나는 외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경계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8일 해외 선수단, 체육 단체, 언론사의 CLO(코로나19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발송하고 “시부야 신바시 롯폰기에서 외국인의 음주가 목격된다고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참가 단체에 대한 평판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가격리 의무를 준수하고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지 말라는 취지다. 일본 정부는 해외에서 들어온 올림픽 참가자의 3일 자가격리 중 15분씩 허용되는 외출도 철회하도록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건의했다.
도쿄=글·사진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세상에 없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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