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환경운동은 비기독교인의 그것과 겉모습은 같을지 몰라도 뿌리가 다릅니다. ‘왜 기독교가 환경운동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성경에서 찾고 이를 교육해야 녹색교회 움직임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김형민 빛의자녀교회 목사는 생태운동을 기독교인이 갖는 정체성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20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성경에는 하나님과 인간 간의 관계만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과 자연 간의 관계도 명시돼있다. 기독교인들이 이를 깨달아야 단순한 ‘동물에 대한 연민’을 넘어 하나님이 주신 ‘청지기’의 역할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회 내 환경연구소를 세우고 대안학교의 주요 목표를 생태학적 선교사 양성에 두는 등 환경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김 목사가 성경에서 생태보호의 당위성을 찾기 시작한 건 3년여 전이다. 서울 도심의 한 아쿠아리움을 찾은 그는 흰고래의 활기차고 우아한 몸짓에 마음을 뺏겼다고 한다. 김 목사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는데 고래들이 인사라도 하듯 내 주위를 맴돌았다. 매우 인상적이어서 주말에 다시 찾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다시 만난 고래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아쿠아리움을 가득 메운 인파 중 아이들이 고래를 향해 소리를 지르자 고래는 대항이라도 하듯 변을 싸서 유리창에 던져댔다.
충격을 받은 김 목사는 집에 와 고래에 대해 찾아봤다고 한다. 그는 “고래 아이큐(IQ)가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하더라. 그 정도 지능을 갖춘 생물체를 좁은 수족관 안에 가두고 수많은 이의 구경거리로 만들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더 놀라웠던 건 고래가 사람처럼 노래한다는 사실이었다. 김 목사는 “고래가 음파로 작곡, 작사하면 똑같은 곡이 몇 개월 후 다른 서식지에서 들린다고 한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생물체가 인간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성경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하나님께서 지구 만물을 아끼시며 하나님 형상으로 창조하신 인간에게 자연을 잘 다스리도록 ‘청지기’ 역할을 줬다는 확신을 얻었다. 김 목사는 “성경은 하늘과 땅의 모든 만물이 하나님의 재산(신 10:14, 레 25:23, 골 1:16 등)이며 그분을 찬양하기 위해(시 148:3~5) 창조됐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또 “‘하늘이나 땅에 있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신다(엡 1:10)’는 말씀처럼 자연도 예수를 통해 회복돼야 한다. 하지만 인간이 생태 균형을 파괴했고 그 결과 모든 피조물이 함께 고통받고 있다(롬 8:22)”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런 성경적 깨달음이 전제돼야 기독교인의 환경운동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생태 보호를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환경운동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양식에 녹아들 수 있다”며 “일회성 캠페인보다 환경교육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빛의자녀교회는 3년 전 교회 내 ‘샤인환경연구소’를 만들어 교인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초기 이름은 ‘싱잉웨일즈(노래하는 고래)’였다. 연구소는 매주 환경 주제를 교회 주보와 홈페이지에 올린다. 지난주에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착한 화장품’을 주제로 동물실험 금지법의 한계점과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구별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이전에는 ‘미세플라스틱 줄이기’ ‘산호초를 위협하지 않는 선크림 고르기’ 등을 올렸다. 예배 후 소그룹 목장모임에서는 ‘환경 부목자’를 세우고 교인들이 샤인환경연구소에서 올린 내용을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확인한다.
김 목사는 설교에 지속적으로 하나님과 자연, 인간 간의 관계를 녹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례로 이달 초 드린 교회창립 19주년 기념 예배의 주제도 ‘미래세대와 환경’이었다. 예수님의 이기심 없는 사랑에 대해 설교하며 대인 관계 속의 이기심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으로 확장해 회개를 촉구했다.
김 목사가 2011년 설립한 기독교 대안학교 ‘빛의자녀학교’에서도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에 집중한다. 팀을 이룬 학생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개인이 할 일을 소개하는 환경운동가대회를 매년 열고 거리에 나가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 등을 알리는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한다. 자연 비료만으로 농사를 짓는 법을 배우는 자연농업선교 프로그램도 환경 교육의 일환이다.
‘생태학적 선교사’를 양성하고 국내외로 파송하는 게 김 목사의 장기적인 목표다. 법인 이사로 있는 한국침례신학대에 생태 신학에 초점을 맞춘 환경학과를 만드는 안을 제안한 데 이어 아동을 위한 환경대안학교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김 목사는 “교계가 환경교육에 나서야 기성세대뿐 아니라 다음세대도 하나님이 주신 청지기의 사명을 체내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