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 및 한·일 정상회담이 19일 결국 무산됐다. 이번만큼은 정상회담이 이뤄져 양국 간 해묵은 갈등을 해소할 물꼬라도 트기를 기대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냉각될 대로 냉각된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방일 무산으로 가뜩이나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등의 현안 해결이 더 요원해진 게 아닌가 싶다.
누가 보더라도 방일 무산의 근본적 책임은 일본 측에 있다. 청와대는 반일 정서와 일본의 무성의한 협상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웃나라 축제를 축하해야 한다는 대승적 견지에서 방일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일본은 ‘오면 만나는 주겠다’ ‘15분 회담은 가능하다’ 등의 형식적인 만남만 가능할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했다. 또 ‘한국이 위안부 및 강제징용 2가지 숙제의 답을 가져와야 한다’는 식의 고압적 태도도 버리지 않았다. 한국 정부로선 일본의 이런 오만불손한 태도만으로도 방일 카드를 접을 만했으나 그래도 협상을 포기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회담 성과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에 더해 주한일본대사관 2인자의 문 대통령을 겨냥한 성적(性的) 발언 도발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발언 당사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방일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일본이 미적대면서 결국 방일이 무산됐다. 성적 발언 도발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인데도 일본이 어물쩍 넘어가려고만 하니 문 대통령인들 방일할 수 있겠는가. 일본의 이런 몰지각한 외교 행태는 두고두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한·일 관계가 더 어려워지게 됐으나 양국이 대화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 양국의 대립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다. 한·미·일 및 한·일 간 안보 협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 양국 실무자들이 방일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현안에 대해 상당한 이해의 접근이 이뤄졌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앞으로 외교 당국 간이라도 꾸준히 만나고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기 바란다. 그러려면 양국 정치인들이 이번 사태를 국내정치용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 지도자부터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이웃나라와 함께 번영하는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설] 文 방일 무산 초래한 日의 옹졸함… 대화 끈은 유지하길
입력 2021-07-20 04:01